'세금 횡재'에 현금 선심 쓰더니... 4년 나랏빚 이자만 100조

권경성 2023. 4.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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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19조 더 걷고 129조 추경
분당 1억 느는 부채 상환은 2.6조
7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당초 세입 예산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근 2년간 세금이 예상보다 119조 원 가까이 더 걷혔지만 나랏빚은 221조 원 넘게 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정부가 현금으로 선심을 쓰느라 빚 갚을 돈을 충분히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4년간 국채 탓에 물어야 할 이자만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애초 정부가 기대한 것보다 더 들어온 세금은 118조6,000억 원에 이른다. 전년 가을 예산안 편성 당시 예측보다 2021년 61조3,000억 원, 2022년 57조3,000억 원 각각 더 많은 세금이 징수됐다.

그러나 나랏빚 증가세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2019년 한 해 42조7,000억 원 증가한 국가채무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123조4,000억 원 늘어 증가폭이 3배 가까이 늘어나더니 목표를 초과한 세수 규모가 60조 원 안팎이던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24조1,000억 원, 97조 원 커지면서 연평균 100억 원을 상회하는 확대 규모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1,000조 원대(1,067조7,000억 원)로 올라선 상태다.

넘친 세수가 엉뚱한 곳에 쓰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기가 극도로 위축됐고, 일자리를 잃거나 장사를 망치는 경우가 속출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1, 2022년에 걸쳐 세 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66조7,000억 원과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출범 직후 추경으로 지출한 예산 62조 원 모두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고용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게 핵심 명분이었다.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세수 증가분보다 10조 원 넘게 많은 돈(128조7,000억 원)이 쓰고 나면 사라지는 현금성 복지로 대부분 소진되는 바람에 빚을 줄이는 데 쓰일 여력이 상실되고 말았다. 두 해 동안 이어진 대규모 추경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의 발생ㆍ증가 등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부합하는 것이었는지도 논란거리다.

국가채무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효과 빠르고 손쉬운 선택의 결과는 세금 낭비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며 올해 증가 규모는 작년보다 30조 원 넘게 감소한 66조7,000억 원이 될 전망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1분에 1억3,000만 원씩 커지는 게 확대일로인 한국 나랏빚의 현실이다. 올해 말이면 국가채무가 1,100조 원(1,134조4,000억 원)선도 돌파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50.4%) 액수다. 그런데도 최근 2년간 정부가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쓴 돈은 전체 여윳돈의 2.2%인 2조6,000억 원(2021년 1조4,000억 원, 2022년 1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

빚은 이자를 낳는다. 정부가 지출하는 전체 이자비용의 대부분이 국채와 관련해 발생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이자인데 올해 19조2,071억 원인 공자기금 이자는 내년 22조2,071억 원, 2025년 25조71억 원, 2026년 27조3,071억 원 식으로 매년 커져 앞으로 4년간 총 93조7,284억 원이 되리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급감한 세수, ‘나랏빚 우선 변제’ 미루나

이렇게 불어나는 원리금이 정부 재정을 옥죄자 윤 정부가 부랴부랴 추진하고 나선 것이 세계잉여금(전년도 회계 결산 뒤 남은 여유 재원)에서 나랏빚을 갚는 데 쓰이는 돈의 비율을 높이는 국가재정법 개정이다. 기존 30%를 50%로 올리는 개정안이 작년 9월 여당안으로 발의됐는데, GDP 대비 적자 비율이 2%를 넘을 경우 아예 잉여금 전액을 채무 상환에 쓰도록 만드는 수정안이 현재 여권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긴축에 따른 불경기와 자산시장 위축 여파로 올 들어 확 쪼그라든 세수가 걸림돌이다. 감세 기조로 가뜩이나 세출 예산이 빠듯한 마당에 잉여금마저 채무 상환에 다 쓰고 나면 경기 방어용 추경이 물 건너가고, 사나워진 민심이 자칫 내년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여권의 재정 건전성 강화 움직임이 구호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게 이런 정치적 셈법 때문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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