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의 의미
"이재용 회장도 수조 원 적자는 무서웠던 것 아니겠느냐."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약 25년 만에 공식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하겠다고 발표한 걸 두고 한 애널리스트가 한 평가다. 우스갯소리처럼 한 말이지만, 절반은 사실처럼 보인다.
반도체 산업에선 돈을 벌어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를 이어가는 게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그런데 올 1분기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만 4조5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4조원 이상, 3분기는 2조원 이상의 적자를 전망한다. 수조 원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을 버티긴 어려웠을 거란 시각이다.
감산을 선택한 또 다른 배경에는 더 이상 출혈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도 들어있을 듯하다. 우선 삼성전자는 당초 목표였던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감산 없이 불황을 정면 돌파했던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4분기 D램과 낸드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과거 '치킨게임' 때와는 달라진 반도체의 위상도 삼성전자 마음을 돌린 이유로 해석된다. 반도체는 이제 국가 안보이자 핵심 자산이 됐다. 2000년대 치킨게임 때는 '어떤 기업이 살아남느냐'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국가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불황이 길어져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 삼성전자로서도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SK하이닉스 모두 우리나라 기업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재 불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업계에선 "정부와 삼성전자를 향한 '호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번 감산 선언으로 업황 반등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까진 여전히 불황이고, 불황이 돌아오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내 반도체 업계를 옥죄어오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높은 기술력을 향한 기업의 '초격차' 전략만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살길이다.
[이새하 산업부 h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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