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환율 1300원의 의미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3. 4.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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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중심인 '태풍의 눈'은 역설적인 공간이다.

원화 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환율은 1300원을 넘었다.

과거를 돌아봐도 원화 값 1300원은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인 199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303개월간 월평균 원화 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은 29개월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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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중심인 '태풍의 눈'은 역설적인 공간이다. 이곳은 날씨가 맑고 비바람도 불지 않는다. 태풍이 이동 없이 소멸한다면 매우 안전한 곳이다. 하지만 태풍이 움직이면 '태풍의 눈'은 한순간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된다. 태풍의 눈에 있을 땐 태풍 이동을 대비해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대비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경제도 비슷하다. 위기의 중심에 있으면서 일시적으로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국가 경제의 위험을 가장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환율이다. 달러당 원화 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원화 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환율은 1300원을 넘었다.

지금 환율은 어떤 수준일까. 국가 간 통화가치 비교에 자주 사용되는 것이 '빅맥지수'다. 2023년 4월 한국의 빅맥 가격은 5200원, 미국의 빅맥 가격은 5.53달러다. 한국과 미국의 빅맥은 양과 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럼 돈을 바꿀 때도 빅맥 하나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바꾸는 것이 맞는다.

원화 5200원을 미국 돈 5.53달러와 바꾸는 것을 기준으로 교환 비율을 계산하면 1달러당 940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4월 7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1316.7원으로 마감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원화가 376원가량 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를 돌아봐도 원화 값 1300원은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인 199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303개월간 월평균 원화 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은 29개월에 불과했다. 10%도 안 되는 기간이다. 특히 원화 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여지없이 경제위기가 몰아닥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년여 동안 원화 값은 1300원을 밑돌았다. 한때는 1962원까지 떨어질 때도 있었다. 2001~2002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고 카드사태가 터질 때도 원화 값 1300원이 붕괴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원화 값은 약 7개월간 1300원을 밑돌았다. 그리고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선 후인 2022년 7월부터 지금까지 달러당 원화 값은 1300원을 오르내린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원화 값 1300원은 분명 위기 신호다.

실물경제를 감안하면 긴장감은 한층 높아진다. 원화 값이 하락하면 해외에서 파는 우리나라 상품의 물건 값이 떨어져 수출이 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달러당 원화 값이 1300원 밑으로 떨어졌는데 무역 적자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위기 전인 1995~1997년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나 당시 달러당 원화 값은 800~900원대였다. 2002년과 2008년에도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기간은 6개월 안팎의 단기에 그쳤다.

국제 여건도 좋지 않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과 지역주의 확대에 따른 무역 마찰로 무역적자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과거와 현재를 감안할 때 달러당 원화 값 1300원은 분명 우리 경제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1300원대 원화 값이 장기간 계속되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비용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마치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노영우 전문기자(국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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