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소상공인 업의 본질

2023. 4.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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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때 자리 지킨 소상공인
도심 공동화 막은 숨은 영웅
상인·상권 전체가 브랜드된
'커피 도시 강릉' 같은 지역
정부, 계속해서 늘려나가야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중요 단어가 사회 필수 인력이다. 위기를 겪으면서 보건의료, 경찰, 군인 등 평상시 당연하게 여겼던 인력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위기 동안 일상을 지켜준 소상공인도 필수 인력이었다. 많은 소상공인이 어려운 환경에서 점포를 유지한 덕분에 동네와 상권이 활력을 되찾았다.

소상공인이 무너진 다른 나라의 상황은 참담하다. 장기간 매장 폐쇄와 대규모 도심 이탈로 뉴욕의 중심가는 공동화됐다. 문을 연 점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중심부 거리가 비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는 소상공인을 지역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코로나를 겪고 나서야 알았다. 도시에 필수 서비스를 공급해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소상공인의 역할이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이처럼 도시를 지탱하는 필수형 소상공인이다. 필수형 소상공인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소기업으로서 외부로 확장하는 스타트업과는 다르게 지원해야 한다.

필수형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확정성이 아닌 브랜드화와 앵커화다. 소상공인 브랜드는 자신의 콘텐츠로 차별화에 성공한 소상공인이다. 스몰 브랜드, 퍼스널 브랜드와 같은 유행어가 보여주듯이 소상공인뿐 아니라 개인까지도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앵커스토어 또한 필수형 소상공인이 지향할 수 있는 모델이다. 동네와 상권을 견인하는, 즉 유동 인구를 창출하는 중심 점포를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상권에는 예외 없이 앵커스토어 활동이 활발하다.

상권에 소상공인 브랜드와 앵커스토어가 많다는 것은 상권 자체가 브랜드가 된 것을 의미한다. 2010년 이후 브랜드로 자리 잡아 많은 동네가 상권을 안정화하고 상권의 소상공인에게 동네 브랜드라는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한다.

소상공인과 상권의 브랜드화가 상권과 지역경제를 견인한다면 정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콘텐츠 개발 교육 중심으로 소상공인 브랜드화를 지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상권 브랜드화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체계적인 상권 브랜딩 정책이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소상공인 생태계 정책은 그들의 생태계로 형성된 상권 중심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상권 브랜딩은 상권 마케팅을 통해 상권을 차별화하는 사업이다. 브랜드 상권을 새로운 지역 산업의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면 소상공인 브랜드 양성과 상권 마케팅을 통해 강릉 커피도시와 같이 특정 유형의 브랜드가 상권에 집적되는 것을 유도해야 한다. 상권 브랜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소상공인 브랜드 없는 상권 브랜딩'이다. 상권 마케팅 사업만 하고 소상공인 브랜드를 양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권 정의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현재 전통시장, 상점가, 골목형 상점가 등 점포 집중도를 만족하는 작은 상가 지역을 상권으로 지정하는데, 상권이 동네 전체의 삶의 질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권 개념을 생활권으로 확대해야 한다.

주민의 실질적인 생활권인 읍면동 단위로 소상공인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동네 시대에 맞는 상권 지원 시스템이다. 읍면동 단위 지원의 또 하나의 장점은 소지역 활성화 사업의 효율성이다. 중앙정부가 읍면동 단위로 소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 읍면동이 여러 부처의 소지역 활성화 사업을 장기 계획에 따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소상공인 업의 본질은 지역 문화 창출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역 사회 기여도가 큰 필수형 소상공인을 기존 산업정책 대상에 속하는 성장형 소상공인과 구분해 생활권 단위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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