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수호이 등 71대 투입 2차 ‘대만포위’ 훈련···‘실전 리허설’ 분석도

정원식 기자 2023. 4. 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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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소속 전투기가 대만 해협 인근에서 순찰 비행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을 미국에서 만나고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대대적인 보복성 군사 훈련에 돌입했다.

9일 로이터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포위’ 군사 훈련 이틀째인 이날 대만과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대만해협에서는 구축함과 쾌속정, 순찰함을 동원해 목표물을 조준하고 예정된 타격 지점을 점령했다. 공군은 전투기, 폭격기, 조기경보기, 정찰기 등을 잇따라 출동시켰다. 장사정포 부대는 무인기를 동원해 포격 지점을 확인한 뒤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수호이(SU)-20, H-6K 폭격기 등 중국의 군용기 71대와 해군 군함 9척이 대만해협에서 탐지됐으며 이중 군용기 45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전날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조직한다”고 발표했다.

훈련 첫날인 8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고, 이 중 군용기 45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했다. 오후 3시쯤에는 052D헝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함이 대만 남부 핑둥현 팡랴오향 해안에서 24해리(약 44㎞) 떨어진 지역까지 접근해, 대만군이 급파한 3000t급 캉딩급 호위함 등과 한때 3해리(약 5.5㎞) 거리에서 대치하는 긴장 상황이 조성되기도 했다.

오는 10일에는 실탄 사격 훈련이 예고돼 있다. 지난 7일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성명을 통해 오는 1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5일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매카시 의장을 만난 데 대한 보복성 시위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미사일 발사와 실탄 사격 등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훈련을 8일부터 시작한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 등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떠난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과잉대응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에 해당하는 미국 재대만협회(AIT)는 9일 “중국이 미국의 오랜 관행과 정책에 부합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이번 경유를 과잉대응의 구실로 이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조치로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투입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다만 중국의 이번 포위 훈련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시보다는 수위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 슈샤오황은 뉴욕타임스에 “지난해 8월보다 강도 높진 않을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행동의 여지는 배제할 수 없으나 그 범위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중국은 4일 동안 대만을 포위하고 탄도미사일 4발을 대만상공을 가로질러 발사하는 등 군사위협의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그러나 군사훈련의 강도와 별개로 내용적인 측면으로 놓고 봤을 때 이번 포위 훈련은 대만 고립에 초점을 맞춰던 지난해와 달리 중국군의 정보망 장악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군사과학원의 자오샤오줘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훈련은 제공권, 제해권 이외에 ‘정보망 장악’ 역량을 점검하는 의미가 크다”면서 “예를 들어 대만군의 모든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방어 기지를 전자기적으로 제압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번 훈련을 단순한 세력 과시를 넘어 실전 능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리허설’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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