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벚꽃의 시간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4. 9. 17: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젊은 남녀 나란히 앉은 저 벤치, 밤 벚꽃 떨어진다

떨어지는 일에 취한 듯 닥치는 대로 때리며 떨어진다

가로등 아래 얼굴 희고 입술 붉은 지금

천년을 기다려 오소소 소름 돋는 바로 지금

몸을 때리고 마음을 때려, 문득 진저리치며 어깨를 끌어안도록

천년을 건너온 매질처럼 소리 안 나게 밤 벚꽃 떨어진다.

- 이면우 作 '밤 벚꽃'

벚꽃이 지천이다. 벚꽃은 아름다우면서도 신령스럽다. 기적이 일어난 듯 탐스럽게 피어 있다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떨어지는 모습은 숙명적이기까지 하다.

벚꽃은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이 피었다가 아무렇지도 않는 듯 사라진다. 왔다가 사라지는 사랑 같기도 하고,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리는 청춘 같기도 하다.

그래서 벚꽃의 계절은 운명처럼 느껴진다.

폭풍처럼 왔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운명적인 만남 같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