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버스’ 버스와 함께 아이도, 부모도 자란다[스경연예연구소]
관찰예능, 그중에서 가족예능은 2010년대부터 방송가를 지배하던 형식 중 하나였다. 많은 프로그램의 형식은 비슷했다. 스타의 집에 거치 카메라를 다수 설치해놓고 스타의 부부를 찍든지 형제자매와 부모를 찍든지, 아이를 찍든지 셋 중 하나였다. 부부를 찍으면 ‘부부예능’, 가족을 찍으면 ‘가족예능’, 아이를 찍으면 ‘육아예능’이 됐다.
ENA와 AXN 그리고 K-STAR에서 공동제작하는 예능 ‘하하버스’ 역시 형식으로 따지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4일 첫 방송 된 프로그램은 방송인 하하 그리고 그의 아내 별이 세 아이를 데리고 전국유랑을 다니는 과정을 담았다.
하하와 별, 방송인으로서 두 사람은 이미 베테랑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경력이 많다. 그럼에도 이 예능에 눈이 가는 이유는 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방송에 나온 과정과 그 사연 때문이다. 2012년 결혼한 부부는 2013년생 큰 아들 드림과 2017년생 둘째 소울, 2019년생 막내딸 송을 두고 있다.
하하는 20년이 넘는 예능구력을 고려해도 가족을 웬만하면 공개하지 않는 예능인 중 하나였다. 이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 비슷한데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 결혼을 했던 주요 멤버들은 가족을 언급은 많이 했지만 직접 등장시키지는 않았다.
이는 공통적으로 연예인의 가족으로 받을 수 있는 관심 그리고 그 부담이 가족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하하는 막내가 다섯 살에 이른 지금 예능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유는 막내가 겪었던 희소한 질병 때문이었다. 지난해부터 하송이 겪었던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가족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투병에 몰두했으며 비로소 세상을 다시 만난 딸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부모의 바람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하하와 별 부부가 택한 방식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유랑’이었다. 마치 마을버스 같기도, 유치원 버스 같기도 한 버스에서 가족들은 실제 노선버스처럼 지역의 주민들을 태우고 다니며 사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버스에서 보이는 각종 풍경을 통해 아이들을 환기해줬다.
‘하하버스’에는 이 과정을 위해 1종 대형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부부의 노력도 보여줬다. 하하로서는 딸의 투병과 외부에 가족을 공개하는 부담 그리고 전국을 버스로 누비는 여행 등 여러 도전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자리였다.
베일을 벗은 예능에서 아이들은 티 없이 맑았으며 하하, 별 부부는 지금의 시간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스타의 집에서 일상을 다루는 천편일률적인 다른 예능과 달리 이야기가 있고, 온기가 있는 새로운 가족 예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1회 연예인들과의 만남을 마친 ‘하하버스’는 강원도 삼척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부부도, 아이들도 성장하는 한 편의 오롯한 성장담이 시작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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