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메신저에 챗GPT가 들어와 있네?
경제와 소비·엑셀함수·사투리 등 주제多
쇼핑 정보 검색 객관→주관식 환경 변화
"좋은질문 중요하다"···나영호 대표 주도
개발팀 코딩·오픈소스 공유 등 업무활용↑
e커머스 ‘롯데온’의 사내 메신저에선 직원은 물론 대표까지 참전(?)하는 ‘수다의 장(場)’이 수시로 펼쳐진다. ‘국제 경제가 국내 소비 생활에 미칠 영향’부터 업무상 자주 쓰는 엑셀 함수 수식, 맛집과 책 추천, 경상도 사투리를 해석하는 방법까지. 한번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질문하는 쪽은 롯데온 직원들이다. 이들의 호기심 어린 답변 요구에 응하는 상대는 다름 아닌 챗GPT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지난달 말 전 직원이 사용하는 업무 메신저에 챗GPT를 연동한 채널(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개설 일주일 만에 500건 넘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 내용은 (보안이 중요한 사업 내용을 제외하고) 업무 관련 사안부터 개인적인 관심사까지 다양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이 같은 수다의 장은 ‘당장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나영호 대표의 조직 운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 무수히 많은 갈래로 나뉘는 ‘N극화’가 가속화하면서 고객 한 명 한 명의 수요를 겨냥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유통업계의 핵심 화두가 됐다. 과거 쇼핑이 다품목 속 ‘최저가 찾기’, ‘상품명 입력’ 같이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찾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챗봇을 비롯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쇼핑·검색 기술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며 ‘어떤 상품이 어떤 면에서 좋고, 나에게 적합한지’를 주관식으로 물어볼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롯데온이 챗GPT 연동 채팅방을 개설한 것도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에 이에 발맞춘 조직 문화를 키워가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최근 챗GPT의 등장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도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개인 역량을 키우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쇼핑 환경에서 고객의 지닐 수 있는 질문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뷰티·명품·패션 등 전문 카테고리(버티컬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주도 중인 나 대표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도 몰랐던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본인도 적극적으로 채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에서도 활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개발 부문은 과거에도 코딩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다양한 검색 엔진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사내 채널에서 지문하고 직무자들끼리 답변을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업무 효율이 높아 개발자 전용 채널도 별도로 개설했을 정도다. 롯데온 측은 “개발자들이 기존 소스에 대한 개선 방향서 도출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챗 GPT를 활용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사용해보지 않은 플랫폼과 오픈 소스, 예제 확보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번에 사내 메신저에 챗GPT를 연동하는 업무를 진행했던 담당자도 챗GPT와 의논하며 업무를 진행했다. 상품 속성을 정리하는 과정에도 챗GPT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상품 기획자(MD)가 1차로 내용을 준비한 뒤 챗GPT가 이를 수정·보완하는 식이다. 챗GPT가 머신러닝을 통해 전 세계에서 상품 트렌드를 습득하고 있어 현황을 파악하는 데 수고를 줄이고, 이를 구조화하는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롯데온이 특정 상품·트렌드에 대한 MD와 (MD의 1차 자료에 기반한) 챗GPT의 답변을 비교한 결과 그 내용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롯데온은 이달 초 석촌호수에서 매일 벚꽃 개화 상황을 실시간 라이브 중계하는 콘텐츠를 생산·송출한 바 있는데, 한때 챗GPT가 연결된 빙(Bing) 검색에서 ‘석촌호수 벚꽃 개화’를 물으면 ‘롯데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이 제공돼 홍보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롯데온은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질문과 답변, 피드백 결과물이 축적되면 업무 속도 및 개개인의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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