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납치·살해’ 제안…유씨 “일 잘해보자”며 7000만원 제공

이학준 기자 2023. 4. 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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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주범 이경우(35)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우가 먼저 피해자 A씨와 갈등 관계에 있는 유모씨·황모씨 부부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유씨 부부가 이에 동의해 범행 착수금 등 7000만원을 제공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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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35)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서울 강남구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주범 이경우(35)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우가 먼저 피해자 A씨와 갈등 관계에 있는 유모씨·황모씨 부부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유씨 부부가 이에 동의해 범행 착수금 등 7000만원을 제공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이경우는 친구인 황대한에게 접근해 피해자 A씨의 직업·재산과 유씨 부부와의 갈등 관계 등을 설명했다”며 “피해자를 납치한 후 코인을 빼앗고 현금 세탁하는 것을 유씨 부부에게 부탁해보자는 계획을 유씨 부부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부부는 이경우의 범행 제안을 받고 “A씨에게 코인이 몇십억원 정도 있을 것”이라며 “일 잘해보자. 우리가 옆에서 코인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현금 세탁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유씨 부부는 작년 9월 이경우에게 총 7000만원을 지급했고, 이경우는 이 중 1320만원을 황대한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이 7000만원이 범행 착수금이라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부부 측 계좌에서 7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다”며 “이경우 부인 계좌에 작년 9월 현금 2695만원, 같은해 10~12월 1565만원의 현금이 수백만원씩 반복적으로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황대한과 연지호(30)는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A씨를 납치한 뒤 A씨가 소유한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에게 전달했다.

이후 황대한·연지호는 A씨를 대전 대덕구 대청댐 인근으로 데려가 코인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다. 같은 시각 이경우는 유씨와 한 모텔에서 만나 황대한이 알아낸 비밀번호로 피해자가 소지한 코인 계좌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코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황대한·연지호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대청댐 인근에 매장했다.

경찰은 유씨와 이경우가 함께 대포폰을 사용하고, 호텔에서 A씨 휴대전화로 코인 소유 여부를 조회한 점 등을 감안하면 공범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유씨 부부가 A씨를 납치·살해할 동기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유씨 부부는 2020년 10월 A씨 투자 권유에 따라 ‘퓨리에버 코인’에 1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A씨는 코인 시세가 급락한 이유가 유씨 부부의 시세조종이라고 생각하고 2021년 3월 유씨 부부를 호텔에 감금·폭행한 뒤 비트코인 4억원을 빼앗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를 통해 1억원 상당을 투자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코인을 지급받지 못한 문제가 피해자와 민형사사건으로 이어지면서 피해자와 감정 대립이 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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