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하다가 회사에 걸리면 어떡하나

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2023. 4. 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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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다른 겸직 금지 의무 이슈…정도 지나친 부업은 징계 사유 될 수 있어

(시사저널=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영화 속 대리운전은 대표적인 클리셰다. 주인공 A는 본업이 있지만 늦은 시간까지 대리운전을 하며 쏟아지는 졸음과 손님의 무례함을 견딘다. 다음 날 회사에서 졸고 있는 A가 혼나는 장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우리는 이렇게 극한으로 노력하는 A의 모습을 보며 가장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그 A를 응원하며 해피엔딩을 기대한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조금 다른 느낌의 부업을 떠올려 보자. 나의 월급은 250만원이고, 나보다 6개월 늦게 들어온 B는 월급이 230만원이다. 둘 다 월급만 보면, 1개월 생활하기에도 빠듯하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에 B는 부업으로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한다. 심지어 SNS 홍보도 잘해 수익이 월급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어쩐지 업무시간에 휴대폰을 자주 만지작거리는 것 같았고 매일 6시에 칼같이 퇴근하던데 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

봉급 생활에 한계를 느낀 직장인들의 부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부업이 불법은 아니지만, 업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부업 관련 다툼 사례 살펴보니… 

전자는 정당한 부업, 후자는 부당한 부업이라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정한 인사관리 및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언더도그마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정당함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회사(본업) 경영자 관점에서는 두 가지 부업 모두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는 근로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 따라 임금을 주고 있는데, 그 시간에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효율이 낮아지거나 기업 질서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당한 수준의 부업은 어떤 것일까. 이론적으로는 정당한 부업은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회사의 기업 질서 유지가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허용될 수 있다. 부업을 하려는 근로자들은 업무시간 외에 하는 부업을 회사가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반대로 회사 측은 근로자가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에서 부업을 하는 경우 회사의 경제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 있고, 부업으로 피로감이 가중돼 본업에 지장을 주는 것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성실근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부업의 정당성 판단을 위한 일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단순히 회사의 규정만으로는 근로자의 부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 근로자의 부업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기업 질서를 침해하는 등 기업에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노동부(근로개선정책과-2820)는 "취업규칙 등에 징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징계가 가능할 것이고 근로기준법 제23조에 위반하지 않는 한 당연히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회사의 취업규칙상 겸직금지 의무 조항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겸직 내지는 부업을 제한하기보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겸직금지 의무는 단순히 2개 이상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을 의무가 아니라 본업에 지장을 주거나 회사에 유·무형 손해를 줄 수 있는 겸업 또는 겸직에 종사하지 않을 의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반 여부는 단순히 2곳 이상의 회사에서 일한다는 사실의 외형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부업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는지 혹은 발생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회사의 내부 직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나 회사 자산을 활용해 겸업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다음의 4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①근로자가 회사의 실수요 업체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회사 내의 직위를 이용해 판매정보를 사전에 유출해 사익을 취하고, 근무시간 중에 메일과 전화통화 등으로 경영회사의 업무를 한 경우에 이루어진 징계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된 사례가 있다.(중노위 2005부해580)

②대법원은 토지주택공사 근로자가 토지주택공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할 목적으로 설립된 영리기업들을 실질적으로 운영·관리했거나 투자한 경우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 2015두 41845)

③멀티미디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운영 등을 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꽃집을 운영하면서 회사의 이름과 거래처, 명함 도안 등을 꽃집 운영에 활용했고, 사내 이메일을 통해 화환 주문을 받은 경우 징계해고는 정당하다고 본 사례가 있다.(대법 2014두 40197)

④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와 동종의 회사를 별도로 운영한 것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상반 행위이므로 이에 따라 이루어진 징계해고는 정당하다고 보았다.(중노위 2006부해169)

투잡 이유만으로 징계해고 불가능

물론 반대 사례도 있다. 회사의 업무에 특별한 지장을 줬다는 사정이 없음에도 단순히 2곳 이상의 회사에 취업 중인 이유만으로 이루어진 징계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①연구원인 근로자가 주말이나 휴일 등을 활용해 대학원에서 외부강의를 하는 경우 강의 활동이 본래의 직무수행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연구 활동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 면직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서울행법 2000구 22399)

②노동부는 파업 중에 단순히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해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근기68207-2165)

③취업규칙 등에 겸직금지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상급자의 묵시적인 승인을 얻은 경우 외부 대학교에 강의를 나갔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 2013두 6060)

④대법원은 근로자가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한 경우 그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입증되거나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거나 손해 발생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아 해고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대전지법 2014구합 101339)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겸직금지 의무 이슈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각자의 입장이 매우 팽팽하고, 그에 따라 징계가 행해질 경우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겸직 이슈와 관련해 근로자에게는 성실근로 의무를,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태도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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