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안갯속…與 `발등에 불`, 野 `불안요소 곳곳`
與, 내부 기강 잡기 총력…"엄정한 책임"
野, `이재명 사법 리스크` 여전
전문가 "판은 與에 유리, 상황은 野에 유리…아직 몰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1년 앞둔 상황에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최근 여론의 흐름을 보면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기치를 든 국민의힘에겐 적신호가 켜진 모양새라 여론의 극적 반전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진용을 꾸린 여당 지도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다소 우호적인 여론을 업고 있는 민주당도 곳곳에 불안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따라 출렁이는 지지율, 이와 함께 불거지는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의 불협화음은 총선으로 가는 길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무당층의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여야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2024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권 견제론)는 응답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권 지원론)고 응답한 비율은 36%로 나타났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같은 조사에서 ‘정부 지원론’ 여론이 절반에 육박했고, 그 결과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여론 지형은 국민의힘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직전 조사에선 오차범위 안에서 갈렸던 여론이 2030 세대의 이탈로 딱 한 달 만에 크게 벌어지면서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에게 ‘정권심판론 우세 여론 지형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최우선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으로 대변되는 온화한 리더십을 버리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서 완패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김 대표는 “총선 승리의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내부를 향해 질책했다.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실언 논란이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웃을 수만은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총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과 그에 따른 당내 갈등이 표면화했을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요동쳤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대표는 주요 당직에 비명계 의원들을 다수 선임하는 당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조치를 취하며 봉합했다. 하지만 공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기소된 이 대표의 거취 문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무총장은 개편 대상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비명계에선 ‘미봉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즉,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행보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 대해 ‘정권 심판론’ 대 ‘거야(巨野) 심판론’ 양상이 팽팽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직회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당의 강행 돌파 시도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갤럽의 조사는) 주 69시간 논란 및 한일 관계 논란 때문에 일시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과거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았던 것이 맞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 양상이 좀 다르다. 이번 총선에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인수위 당시 비협조, 양곡법과 같은 일방 처리에서 비롯된 거야 심판론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실제 유권자 분포나 정치 고관여층의 여론을 볼 때 한 쪽으로 치우쳤다고 보기 어렵고, 2030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32%, 33%로 팽팽한 상황이다. 더욱이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이들로 범위를 좁히면 국민의힘(46%)이 민주당(37%)을 앞선다.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총선의 특성상 오히려 여당에 유리한 지형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20대와 30대의 무당층 비율(각각 51%, 35%)이 평균(28%)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 어느 쪽이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 시점에서 보면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것 같지만 이념 지형을 보면 보수 우위 지형인 것도 사실”이라며 “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지만 현 상황은 민주당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판을 제대로 이용하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 69시간제 논란 등은 20대가 등을 돌리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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