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위축·공급과잉·원가상승 삼중고···"中 리오프닝 효과도 없다"

박민주 기자 2023. 4. 9.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셧다운 위기] NCC 가동률 60%대로 추락
경기침체 여파 2년째 회복 못해
中 내수집중에 수요반등 기대난
나프타 가격은 전주보다 6% 올라
에틸렌스프레드 손익분기점 하회
공장 가동할수록 손해보는 상황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서울경제]

“나프타분해공장(NCC)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운영을 멈춰야 합니다. 생산 일정상 가동률을 일부 조정할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생산량을 확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 석유화학 기업의 관계자는 9일 “공장을 멈추면 가동 재개까지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돼 어쩔 수 없이 돌리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이같이 토로했다.

석유화학 업계를 덮친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 악재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없으니 제품 가격도 떨어져 공장을 돌릴수록 오히려 손해가 나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깜짝 감산 조치에 유가마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생산량 회복의 시기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NCC 공장 생산량은 2년째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NCC 가동률은 2021년 90% 이상이었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80%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요과 공급 균형이 깨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가동률도 최소한으로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경기가 나아져 수요가 회복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수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다. 특히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데 올해도 중국의 수요 부진이 계속되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올해부터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력도 커져 앞으로 대중 수출 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액은 1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나 줄었다. 2월에도 12억 3000만 달러로 29.5% 감소했는데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3월에 더 줄어든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내수 회복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내수 소비재가 아닌 수출용 중간재인 석유화학의 수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점진적으로 수요가 증가한다 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이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증설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의 자체 생산량을 늘리면 한국의 수출은 자연스럽게 쪼그라든다. SK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에틸렌 자급률은 9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까지 80%대에 머물다 최근 몇 년간의 공격적인 증설로 크게 증가했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중국 성장률 저하와 자급률 상승은 NCC 업체들에 대한 장기 리스크 요인”이라며 “올해도 NCC 업체들의 부정적인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에틸렌을 만드는 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은 6일 기준 톤당 685.13달러로 전주보다 6.04% 올랐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OPEC의 감산 소식에 한 주 만에 바로 상승한 것이다. 반면 제품인 에틸렌의 가격은 횡보하면서 마진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에틸렌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는 한때 1000달러까지 치솟다 지난해 2분기 182달러로 고꾸라진 후 지금까지 손익분기점(300달러)을 밑돌고 있다.

이런 탓에 올 상반기까지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감소하고 롯데케미칼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천NCC도 1000억~2000억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2분기부터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은 지난해처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조치가 아니라 추세적 유가 상승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분기는 중국 내 경제활동의 추가 정상화도 기대되는 만큼 4월 말 전후로 수요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