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수익 내는 임대·운영사업 늘릴 것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3. 4. 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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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유동성 위기' 구원투수로 나서
포트폴리오 개편에 박차 가해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더 강화
"지시보다 소통으로 창의성 유도"

지난해 말 롯데건설은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를 정면으로 맞았다. 가뜩이나 1만2032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돈맥경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현철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구원투수로 등장해 롯데건설의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그룹과 호흡을 맞춰 우선 박 부회장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부동산PF 관련 채권을 매각해 자금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취임 한 달 만에 위기설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박 부회장은 "현재는 작년 말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자금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안정화를 이룬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PF 사태를 겪으며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고 있다.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주택과 건축 등 수주 사업 위주에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니어 시설과 물류센터, 리조트 등 임대·운영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 수주에 대해서는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경우 선도 지역 등 우수 입지에선 수주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기 변동으로 미분양 수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롯데건설은 미분양 수가 굉장히 적다"며 "우수한 입지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 개발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격히 오른 공사비는 모든 건설사의 최대 고민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도 이해 관계자인 발주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박 부회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현장별로 최적의 설계와 공법을 찾고, 신공법을 개발하는 등의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이어가 수주 사업은 사업성이 확실한 곳 위주로 하고, 꾸준한 이익을 내는 운영 사업 비중을 늘려 경기 변동 리스크를 피하고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박 부회장은 "롯데그룹이 잘할 수 있는,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최근 야심 차게 내놓은 신사업인 'VL르웨스트 마곡'은 사업 다각화의 첫 신호탄이다.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를 표방하는 VL르웨스트 마곡은 경제력 있는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최고급 호텔 서비스와 의료 케어를 지원하는 임대형 주거 사업이다.

입주민들은 롯데호텔의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받고 보바스기념병원(롯데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건강관리센터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박 부회장은 "주로 도시 외곽에 있던 시니어 레지던스를 편의시설이 가까운 도심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며 "롯데그룹의 역량이 집중됐기에 가능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롯데건설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대도시로도 시니어 레지던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다른 대표 신사업인 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역시 그룹의 시너지를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모델이다. 롯데건설은 현재 UAM 인프라 시설의 핵심인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vertiport)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UAM이 상용화되면 롯데백화점과 롯데몰, 롯데마트 등 전국에 산재한 롯데그룹 인프라 상부에 버티포트를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박 부회장은 "롯데의 인프라가 전국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신사업 구상을 추진하며 박 부회장은 조직원들의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며, 말로만 하는 소통이 아니라 조직 내에 쌍방향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은 "상사의 일방적 지시는 조직의 창의력을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37년간 조직생활을 해오며 상사의 일방적 지시가 업무를 오히려 그르치는 경우를 숱하게 목도했다. 박 부회장은 "팀장, 부문장, 본부장, 대표이사가 먼저 의견 제시를 하면 밑의 직원들은 '맞습니다'라고 따르는 게 일반적인 조직 문화"라며 "조직원들의 창의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부회장은 일방적인 지시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 등 반드시 지시를 해야 하는 때엔 분명하고 상세하게 하라고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소통이 결여된 일방적 지시에 직원들은 잘 모르면서도 눈치를 보며 수긍하고, 이에 결국 전혀 방향성이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MZ세대 직원 12명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통해 직접 소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은 전 직원의 60%가 MZ세대로 이들은 회사 조직에서 분명한 주류"라며 "하지만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10%도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주류 세대인 이들의 창의적인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회사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MZ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며 깨달은 게 더 있다고 했다. 공정한 평가, 공정한 대우의 중요성이다. 박 부회장은 "'열심히 일해 기여를 한 사람은 당연히 보상을 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이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철 부회장 △1960년 경북 경주 △경북대 통계학 △1985년 롯데건설 입사 △2004년 롯데정책본부 조정실장 △2015년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 △2017년 롯데물산 대표이사 △2019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2022년 12월~현재 롯데건설 대표이사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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