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까지 갈 필요없네…MZ 열광하는 봄시장투어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2023. 4.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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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대림상가는 카페촌 변신
'호랑이'카페 등 인증샷 핫플로
광장시장은 '힙'한 상점가로
동묘시장도 MZ천국으로 둔갑

'백주부' 백종원이 고향 살리기에 나서자 충남 예산시장이 들썩였다. 불과 한 달 만에 18만명이 몰려들었다. 인파가 넘치자 한 달간 재정비 기간을 거쳐 4월 1일 재개장해야만 했다.

도시인에게 예산시장 같은 시골 골목길은 아련한 향수를 준다. 사실 서울에서도 시장 골목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상권인 을지로가 동쪽으로 스멀스멀 확산하고 있다. 힙한 골목 맛집과 상점이 청계천을 따라 을지로에서 세운·대림상가, 광장시장, 동묘시장, 경동시장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관광 명소로 떠오른 전통시장 4곳에 주목했다. 김승환 서울관광재단 대리는 "시대가 빠르게 바뀜에 따라 전통시장도 각각의 시장이 지닌 특색을 살려 변화를 꾀하고 있어 MZ세대가 호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먹거리로 유명한 광장시장, 구제시장으로 명성을 얻은 동묘시장, 종합전자상가인 세운·대림상가, 한약재 시장에서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한 경동시장까지 서울의 힙한 전통시장을 차례로 소개한다.

세운상가

천지개벽 세운·대림상가

세운·대림상가는 각종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종합전자상가다.

1960년대 말부터 세운·현대·청계·대림 등 8개 건물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총길이가 약 1㎞에 달할 정도로 대형 상가군을 형성했다. 용산전자상가나 강변 테크노마트 이전에 세운상가가 전자제품의 메카였다. 믿기지 않겠으나 맨 아래 진양상가는 요즘으로 치면 타워팰리스에 버금가는 주상복합단지였다.

이제는 허름해 보이는 이 일대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세운·대림상가 리모델링을 통해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어우러진 음식점·카페·서점 등이 생겨났다. 2017년 문을 연 '호랑이'는 세운상가를 대표하는 카페다. 커피와 우유의 고소한 맛을 잘 살린 호랑이 라떼와 제철 과일로 만드는 후르츠산도 덕분에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붐빈다.

최근에는 공중 보행로를 따라 세운·대림상가 3층 일대에 개성 있는 점포들이 늘면서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상가로 거듭났다. 세운상가에는 '금지옥엽'이라는 영화 관련 서적과 굿즈, 영화 포스터, 영화 OST 등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을 판매하는 영화 콘텐츠 스토어가 자리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내부 곳곳에 걸려 있는 대형 영화 포스터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음악이 공간을 꽉 채우며 마치 영화 속 세트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마약김밥만 있다고?…NEW 광장시장

100년 역사를 지닌 광장시장은 서울의 3대 종합시장 중 하나다. 가성비 좋은 먹거리로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의 육회에 깻잎·배·오이 등을 넣고 양념에 비벼 먹는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일반 김밥보다 얇은 두께와 작은 크기로 만드는 꼬마깁밥은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는 색다른 맛으로 중독성이 강해 '마약김밥'으로 불린다.

최근 들어 광장시장 일대에 '힙'한 상점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페이스트리 파이로 유명한 '카페어니언'과 시장 음식을 재해석해 와인과 판매하는 그로서리 상점 '365일장'이 있다.

방송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광장시장 찹쌀 꽈배기도 침샘을 자극한다. 찹쌀가루로 반죽해 튀겨낸 꽈배기 위에 시나몬을 섞은 설탕을 뿌려준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거짓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동묘마케트

실버? No…MZ 천국 동묘시장

동묘시장은 옷·신발·지갑 등 패션 의류부터 전자제품·골동품 등까지 이른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벼룩시장이다.

1980년대 말부터 노점 상인들이 동묘 앞에 하나둘씩 모여들어 온갖 잡화를 팔았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빈티지 의류다.

길가에 가득 쌓여 있는 옷더미를 휘젓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마치 보물찾기에 성공한 것처럼 흐뭇해진다.

레트로한 감성과 저렴한 가격에 반해 MZ세대가 동묘를 찾은 지는 꽤 됐다.

이에 따라 동묘앞역 6번 출구 근처에는 최근 개성 있는 음식점·카페·와인바 등이 생겨났다.

인쇄소들이 모여 있는 옛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동묘마케트'가 보인다. 다름 아닌 와인바다. 초행길에는 바로 길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미로 같은 골목 안이다. 어렵게 찾은 보람은 있다. 글라스와인을 주문하고 스낵 코너에 있는 과자를 고른 후 자리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마시면 행복이 밀려온다. 퇴근 후 가볍게 혼술하고 싶을 때 찾아가도 좋다.

'동묘마케트' 바로 옆에는 '동묘가라지'가 자리하고 있다. 네모난 모양의 디트로이트 피자와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를 함께 흡입할 수 있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피맥(피자+맥주)을 즐기러 찾는 이들이 많다. 평일 점심에 가도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주말엔 예약 필수.

경동 1960

뉴트로 메카 경동시장

경동시장은 약령시장과 맞닿아 있는 시장으로 과거에는 따로 구분 없이 경동한약상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한약재를 파는 시장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발달했다.

지팡이 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득할 것 같지만 오해다. 경동시장은 최근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청년몰을 입점하고 복합문화공간이 생겨났다.

2019년 8월 시장 3층에 '서울훼미리'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이 운영하는 푸드코트를 조성했고 2층에는 작은 도서관과 카페를 만들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경동 1960'은 LG전자와 스타벅스가 손잡고 만든 합작품이다. 두 업체가 폐극장인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LG전자의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와 옛 극장 관객석을 대형 카페로 탈바꿈한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는 친환경 화분에 반려식물을 분양받는 마음치유 코너, 다양한 스티커와 스킨 등으로 노트북을 꾸밀 수 있는 개성고침 코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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