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CIA, 韓정부 감청' 보도에 "美와 필요한 협의할 것"

[the300](상보)NYT, '韓정부,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논의' 보도…대통령실 "우크라 관련 입장 변화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과 관련한 한국 정부 내부의 논의를 미 CIA(중앙정보국)가 감청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뉴욕타임즈(NYT)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에 한국 관리들을 감청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밀 문건들은 최근 텔레그램, 트위터, 게이머들의 채팅 프로그램인 디스코드 등을 통해 사진 형태로 대량 유포됐다.

NYT는 온라인에 유출된 기밀 문건 가운데 적어도 2건이 한국 정부가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할지에 대한 내부 논의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문서 중 일부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품(무기)를 전달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한국 관리들이 우려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법무부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기밀 문서 유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우회지원하는 논의가 실제 있었느냐는 질문엔 "보도가 되고 있지만 (사실관계가)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관련한 기본 입장이 있고, 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의약품과 방독면, 방탄조끼 등은 제공해도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방부 관계자 역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 측에 항의 표시를 하거나 진상 파악을 위한 설명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엔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며 대응책을 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과거 덴마크의 지원을 받아 메르켈 총리를 포함한 유럽 정치인들을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동맹국 사이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명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하순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번 보도가 한미동맹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정보 관련 국가 간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종종 발생해온 일"이라며 "일단 미측과 협의해 사실 파악을 한 뒤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