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정석대로 글로벌 우량자산 분산투자하라" [기고]
역대급 불확실성 시대, 배경은?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매 분기에 경제 전문가들에게 향후 경기(GDP) 전망을 서베이하는데, 그들 간의 전망 수치 편차가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설 정도로 크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의 세 가지 큰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①지정학 갈등이 심화되면서 20년 넘게 계속되어온 글로벌 분업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또 ②챗GPT 등 인공지능(AI)기술이 특이점을 지나면서 컴퓨터를 쓰는 거의 모든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엔 ③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역대급 빠른 속도로 긴축을 이어가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달라진 환경이 주는 투자 시사점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보자면 '변화는 전략의 기반'이 된다. 우선 ①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변경은 국가·산업별로 위기와 기회를 나눌 것이다. 물론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일부 한국 기업·품목들의 경우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기회도 있다. 가령 미국 정부는 최근 안보전략 측면에서 핵심 산업을 지정하고 그중에서도 대중 의존도가 높은(즉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많이 하는) 품목을 분석하였는데, 이를 자국 내 생산이나 우방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정보기술(IT)·통신, 바이오, 에너지 산업으로 개별 품목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도전해 볼 만한 것이다. 한편 글로벌 관점에서 GVC 재편의 수혜 국가로는 인도·동남아·멕시코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인도의 경우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분절(러시아산 값싼 에너지 대량 수입)에 따른 반사이익도 얻는 형국이다.
②이번 AI 혁신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서비스와 기업을 창조하는 한편, 기존의 레거시(Legacy) 기업을 파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축)시킬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 같은 진짜 AI 기능이 탑재된 놀라운 오피스 프로그램을 본격 내놓게 되면 그런 기능이 없는 다른 기존의 오피스 프로그램들은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차별화될 것 같다.
③최근의 SVB 사태로 대표되는 금융 불안은 연준 주도의 유동성 사이클 과정에서 금융권의 자산·부채 미스매칭이 결국 문제를 야기하게 된, 어쩌면 역사적으로 아주 낯설지 않은 양상이다. 사실 코로나19 당시 비현실적 수준으로 유동성이 폭등했다. 최근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통화량이 감소할 정도로 공격적인 긴축 상황이다. 이러한 역대급 냉온탕 급변 속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아무 탈도 안 생긴다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다만 신용 위축 여파로 연준의 긴축은 당초 예상보다 약해지는 모습이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것처럼 '민간의 신용 위축이 연준의 통화 긴축을 대체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5월 FOMC에서 25bp 인상이 마지막이거나 어쩌면 그조차도 없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나아가 하반기 인하 반전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 어쨌든 신용 위축 국면이기 때문에 레버리지 부담상 취약한 부문(가령 상업용 부동산, 하이일드, PEF 등)과 (이익과 현금 창출 능력이 크고 재무제표가 튼실해서) 신용 위축에서 자유로운 기업들, 특히 그중에서도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 간에는 차별화가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불확실성 시대 투자전략은?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전 세계 지정학·신기술·매크로 차원에서 공히 커다란 변화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이므로 너무 지엽적인 집중 투자보다는 시대의 큰 흐름에 맞춰 글로벌 우량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정석을 따르는 것이 좋다. 단중기 경기순환상으로는 채권과 구조적 성장주 간의 바벨 전략을, 중장기로는 AI 신기술 생태계 관련 우량주 투자와 함께 GVC 재편에서 수혜를 입는 국가와 산업에 대한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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