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한화-대우조선 결합, ‘군용함 독점’ 유불리 갈등 탓

김상범 기자 2023. 4. 9. 15: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한화그룹의 품에 안길 대우조선해양이 군용함 시장에서 새 독점기업으로 떠오를지를 두고 업계 내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방산 전문기업 한화가 대우조선까지 더하면 군함·잠수함 입찰에서 독점적 지위를 휘두를 수 있다는 지적이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경쟁사를 중심으로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승인이 늦어진 상황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는 지난해 12월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간 이후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기업결합 심사대상국 8곳 중 7곳의 경쟁당국이 두 회사 결합을 승인해 이제 공정위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공정위는 한화-대우조선 결합이 군함 건조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들여다보고 있다. 군함·잠수함을 만드는 대우조선과 한화의 계열사가 한 식구로 묶이면 경쟁사의 입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핵심 쟁점이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용 레이더와 통신체계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함정 추진 및 무장 체계를 만든다.

무기 시스템의 정확한 제원·정보는 제조사인 한화만이 알 수 있다. 이를 계열사가 될 대우조선에만 배타적으로 제공해 기술적 완결성이 높은 군함을 만들면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아울러 한화가 다른 조선업체에만 높은 부품 가격을 제시해 단가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방산 시장 특성상 특정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맞선다. 민간 시장과 달리 정부가 주도하는 방산 입찰은 무기체계·부품의 가격 정보를 모두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이 갖고 있다. 입찰공고·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전부 공개하기 때문에 개별 공급사가 특혜를 누릴 기회는 원천 차단돼 있다는 것이 한화 측 설명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레이더·함포 등은 정부가 그 단가를 하나하나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정부가 거의 가격을 정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HD현대중공업 같은 경쟁사들이 향후 있을 군함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대우조선은 자금난 때문에 군함 수주 영업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못해왔는데, 이제 한화의 인수로 정상화되면 군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5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을, 하반기에는 1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3번함 건조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오히려 국내 함정 분야의 건강한 경쟁력과 기술력 제고를 위해 (대우조선이 포함된) 공정한 경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공정위가 심사를 앞두고 업계 의견을 묻는 통상적인 절차에 응했을 뿐, 기업결합에 훼방을 놓기 위해 일부러 의견를 낸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미 결합 승인을 내린 EU 등 7개국은 국내 군함 시장과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한국의 공정위가 해당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결합 심사의 경우 EU의 심사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으며 공정위에서도 1년 이상 소요됐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화가 ‘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요구사항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내외부 인사로 이뤄진 감시기구 등을 구성하라는 조건이 달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제한 우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이를 해소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