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테크 인사이트⑥] 저궤도 가득 채운 군집위성은 혁신? 우주 쓰레기?
(지디넷코리아=데이비드 자비스(David Jarvis) 딜로이트글로벌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 )초고속인터넷으로 세계 모든 사람들의 연결을 지원하는 저궤도(Low Earth orbit, LEO) 위성이 부상하고 있다. 수많은 위성들이 서로 충돌하지만 않는다면 전 인류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관련 산업 업계들은 이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저궤도 광대역 군집 위성은 혁신이 될까, 아니면 우주 쓰레기가 될 까? 이는 딜로이트컨설팅이 이미 '2020년 첨단기술·미디어·통신 예측(TMT Predictions)'에서 이미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현재는 다수 기업들이 혁신 쪽으로 베팅하고 있고, 딜로이트 글로벌은 올해 말까지 5000개 이상 광대역 위성이 저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저궤도 군집위성 개발과 운용을 계획 중인 모든 기업이 성공한다면 2030년에 4만~5만 개의 위성이 7~10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에게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 될 것이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위성들 군무
광대역 위성 증가는 통신 서비스 이용자 뿐 아니라 사업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신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료는 저렴해지면서 서비스 범위가 확대되고 지연 문제 등의 해소로 서비스 신뢰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 산업 성장에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 수많은 위성들로 인해 지구 궤도가 혼잡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한 층 더 높은 기술로 위성들의 위치 조정과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국가간 상호 협력과 조율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다. 한편 글로벌 위성 통신 서비스 관련 기업들은 각 국가별, 지역별 주파수 대역, 궤도구역, 발사시설 확보 등 벌써부터 저궤도 위성 시장을 높고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스페이스X(Space X)의 스타링크(Starlink): 현재 2600개 이상의 스타링크 위성이 50만 명의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일반 인터넷 사용자 외에도 최근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당시 긴급 서비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몇몇 항공사는 기내 초고속 인터넷 접속 용도로 스타링크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또 스페이스X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로부터 선박과 항공기 등 이동수단에 모바일 커넥티비티 서비스 승인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회사 출범 당시 꿈꿨던 미래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아마존(Amazon) 카이퍼 프로젝트(Project Kuiper): 아마존이 계획 중인 3236개의 위성은 아직 대기 상태지만, 아마존은 향후 5년 내 이들 위성 대부분을 발사하기 위해 2022년 4월 3개 업체와 수 십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 FCC의 위성 발사 승인 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이 중 절반은 2026년까지, 나머지 절반은 2029년까지 궤도로 쏘아올려야 한다.
▲원웹(OneWeb): 영국 원웹은 계획한 648기 위성 중 약 3분의 2 이상을 이미 궤도로 진입시켰고, 늦어도 2023년 말에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원웹은 2022년 7월 정지궤도 위성(geostationary orbit satellite, GEO) 전문 기업인 프랑스 유텔샛(Eutelsat)에 35억달러에 인수됐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정지궤도와 저궤도 위성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최초의 다중 궤도 위성 사업자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이 외에 캐나다 텔레셋(Telesat)은 2025년 위성 188기로 형성된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네트워크를 론칭할 계획이다. 243기의 군집위성을 구동 중인 AST 스페이스모바일(AST SpaceMobile)은 통신사와 제휴해 통해 모바일 기기를 직접 저궤도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중국은 국가 계획 일환으로 2022년 3월 민간 업체 은하우주네트워크(银河航天, Galaxy Space)를 위해 테스트 위성 6기를 쏘아올렸다. 중국 네트워크에 포함된 위성은 장차 1만3000기로 늘어날 계획이다.
이러한 위성 서비스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위성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미국 우주감시네트워크(Space Surveillance Network)가 현재 추적하는 지구 궤도 상 물체는 3만1000개이며, 이 중 6000개 이상이 현재 구동 중인 위성이다. 뿐만 아니라 망가진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과 페인트 조각까지 추적되지 않는 잔해 조각이 수 백만 개로 추정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위성을 다른 위성 및 잔해 조각과의 충돌로부터 보호하려면, 이 모든 물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매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우주상황인식(space situational awareness, SSA)이라 한다. 위성 발사, 운영, 지구 귀환까지 전 과정의 기술 및 규제 표준을 정하는 효율적인 우주교통관제(space traffic management, STM)도 중요하다.
현재 각국 정부가 SSA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추적 위성의 수를 대폭 늘리면 기술 및 운영 측면에서 현행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릴 수 있는데, 광대역 군집위성이 늘어나면서 두 개 위성이 서로 1킬로미터 내로 접근하는 충돌 위험(near-collision)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자 이를 해결해 줄 새로운 시장도 창출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간 SSA 시장이다. SSA는 아직 틈새 시장에 불과하지만 2032년에 이르면 시장 규모가 1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SA 업체들은 지상과 우주 기반 센서에 강력한 컴퓨터 모델을 접목시켜 우주 물체를 추적하고 궤도 상 경로를 예측한다. 이처럼 민간 SSA 역량이 성장하면 정부 데이터를 보강해 신뢰할 수 있는 공동 운영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우주상업국(Office of Space Commerce)같은 정부 기관이 자금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 우주상업국은 현재 민간이 수행하고 있는 STM 기능을 이르면 2024년에 넘겨받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궤도 상 우주 잔해 처리와 위성 정비도 저궤도 위성 급증으로 동력을 얻고 있는 신산업이다. 먼저 우주 잔해 처리용 특수 위성은 죽은 위성이나 물체와 만나(랑데뷰) 이들 물체를 수거한 후 다른 궤도로 밀어내거나 안전하게 연소될 수 있는 대기권으로 보낸다. 지금까지 몇몇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PoC) 단계의 우주 잔해 처리 임무가 실행됐고, 앞으로 몇 년간 더 많은 PoC가 계획돼 있다.
위성 정비는 위성 수명을 연장해주는 작업이다. 정비용 위성은 여타 위성에 연료를 제공해 사용 기한을 연장하거나 고장이 발생했을 경우 부품을 교체해 위성 하나가 통째로 못 쓰게 되는 것을 막는다. 우주기반 서비스 제공 업체 단체인 ‘랑데부 및 정비 작전 컨소시엄’(Consortium for execution of Rendezvous and Servicing Operations, CONFERS)은 현재 이러한 신산업을 위한 표준을 수립하고 있다.
■초연결시대 준비
저궤도 위성통신망의 현재 수준은 이동통신 백업 인프라로, 세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비행기와 선박 등 이통 인프라가 설치되기 어려운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니가 제공한 무선통신도 당시에는 해저에 설치된 유선통신의 백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사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미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에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다. 사물은 통신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도 사용될 것이다. 이를 연결하는 수단은 위성통신 인프라가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저궤도 위성통신망도 초연결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국내의 위성통신 서비스 시장 규모는 매우 적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에는 세계가 서비스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만들 무인 자율주행 자주포를 어느 나라의 통신망에 연결해야 하는가?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 판단을 국내 서비스 시장 규모로만 봐서는 안된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저궤도 광대역 시장은 스스로 성장일로를 걸을 뿐 아니라 연계 산업의 성장도 부추겨 새롭고 동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참가자 모두 우주라는 공유지를 보호하는 데 노력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불확실성 속에서 산업은 장할 수 없다.
그 어떤 산업보다 불확실성 속에 있는 저 궤도 위성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STM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이 얼마나 활발히 이뤄질 것인가? 정밀한 ‘우주 통행의 규칙’이 마련될 것인가? 과연 모든 위성 업체들이 이 규칙을 잘 따를 것인가? 위성 충돌 문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SSA 데이터의 품질이 개선될 수 있는가? 위성이 우주 쓰레기 및 여타 위성과의 충돌을 실시간으로 피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주 장비의 연산 및 처리 능력이 개선될 수 있는가? 첨단 방사선 내성 반도체 등 신기술이 도움이 될 것인가? 지구 저궤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우주 쓰레기가 발생할 것인가? 이 문제가 악화된다면 위성 시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처음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저궤도 군집위성은 혁명인가, 우주 쓰레기인가? 여전히 답은 ‘알 수 없다’이다. 많은 업체들이 게임에 뛰어들었고, 앞으로도 많은 위성 발사가 계획돼 있는 만큼, 둘 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혁신이 됨과 동시에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필자 약력
- 전 IBM Corporation 글로벌 보안 & CIO 리드
-전 IBM Center for Applied Insights 매니저
-휴스턴대(University of Houston) 미래학 석사 졸
-퍼듀대(Purdue University) 항공 및 우주 공학 학사 졸
데이비드 자비스(David Jarvis) 딜로이트글로벌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 (davjarvis@delo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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