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팠을까요”…서울 보신각서 양평 떼죽음 개 ‘위령제’
“얼마나 배고프고 아팠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간절히 우리의 도움을 기다렸을까요, 미리 알지 못해 미안합니다. 미리 달려가 안아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지난 8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최근 양평 용문면에서 굶어 죽은 채 발견된 개 1천200여마리를 애도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위령제에는 100여 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 임순례 영화감독, 시민 등 250여명이 참여해 추도사를 낭독하고 추모영상을 상영하며 억울하게 죽은 개들을 추모하고 헌화했다. 또 동물 학대에 대한 강력 처벌, 동불복지 강화, 재발방지대책 마련, 번식장·펫샵 폐쇄 등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동물을 학대하는 사회는 인간에게도 위험하다.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잉여동물을 생산해내는 번식장과 펫샵을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국회 등에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김성호 양평 주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말 못하는 동물의 목소리 대변해 이런 슬픈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일이 사람과 동물이 공생할 수 있는 전환점이 돼야한다”고 강조하며 참혹하게 죽어간 생명들을 추모했다.
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은 억울하게 죽어간 1천200여마리의 개를 애도하는 추도사도 낭독하고 양평 주민 최미정씨(42·여)는 추도사를 통해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폐기물처럼 던져지고 버려져서 굶주림과 고통, 두려움 속에 죽어간 영혼들을 달래고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전국의 번식장과 펫샵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물건처럼 매매하고 폐기하는 잔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도식에 이후에는 가수 리아의 ‘엄마 아빠와 살고 싶었던 나의 세상’ 과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부르며 죽은 개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리아는 “인간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사람을 해치고 동물을 해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불편한 일은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여러분들이 행동하며 가엾은 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양평 개 굶겨 죽임 사건 현장 사진도 전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왔다는 권모씨는 현장 사진을 보며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나? 너무 불쌍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지난달 4일 양평군 용문면 한 주택에서 개 1천200마리가 굶어죽은 채 발견돼 공분을 샀다.
피의자 A씨는 번식장 등에서 쓸모없어졌다는 이유로 버려진 개들을 마리당 만원씩 받고 데려온 후 굶겨 죽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31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황선주 기자 h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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