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산불 나면 물 끌어올 곳 한강뿐…먼 산은 어떡해

윤연정 2023. 4. 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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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에서 산불 740건이 발생했다.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서울은 산불 발생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울형 산불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박사는 "서울 같은 도심 지역에서는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막는 게 최우선"이라며 "서울 시내 산 유형에 따라 산불 취약지를 분류해 대비하고, 실제 산불 발생 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진화 전략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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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매뉴얼’ 필요
지난 2일 오후 산불이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에서 산불 740건이 발생했다. 2021년 349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00㏊이상 대형산불의 경우 10년 평균 1.4건에서 2021년 2건, 2022년 11건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서울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서울에선 산불 9건이 발생해 2.8㏊가 탔다. 2021년(4건·0.2㏊)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인왕산 산불은 그런 추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서울은 산불 발생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울형 산불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진화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빠르게 투하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의 양을 결정하는 건 취수원과 거리다. 가까울수록 헬기가 자주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산불에 취약한 산 주변 10㎞ 이내에 담수지가 있으면 괜찮지만, 그 이상 멀어지면 산불 진화 속도보다 산불 확산 속도가 빨라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엔 산불 진화용 취수원이 사실상 한강 뿐이다. 한강은 대체로 서울의 산에서 멀다. 지난 2일 불이 난 인왕산은 한강과 직선거리가 6㎞ 안팎으로 그나마 가까운 편이다. 북한산이나 도봉산 정상은 한강에서 15~17㎞ 떨어져있다.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특성상 추가 담수 시설 확보는 쉽지 않다. 산림청 관계자는 “경기도(가평·양평)만 하더라도 헬기가 접근할 수 있는 저수지들이 많아 활용할 수 있는 담수지가 많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용 헬기들이 유사시 물을 길어올 수 있는 인공 시설물인 ‘다목적 사방댐’은 현재 전국 43곳이다. 2027년까지 6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엔 현재도 없고, 2027년에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적합한 시설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필요할 때마다 설치 가능한 조립형 담수지가 언급된다. 지난해 1만6302㏊를 태운 울진·삼척 산불 당시 발생지 가까운 곳에 조립형 담수지를 설치하고 레미콘 차량 등으로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 큰 도움이 됐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인왕산 산불 때 옛 청와대에 있는 헬리패드(헬기착륙장) 근처에 조립형 담수지를 설치했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라며 “서울 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헬리패드나 학교 운동장 등 공터를 유사시 조립형 담수지 설치 후보지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불 진화 시 사용할 수 있는 취수원으로 송파구 석촌호수와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 내 호수 등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강만 활용해왔다”며 “청와대 내 헬리패드 근처에 임시 담수지를 설치하는 것은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구 밀집 지역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지상 진화 전략’도 서울형 산불 예방에 중요하다. 권 박사는 “서울 같은 도심 지역에서는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막는 게 최우선”이라며 “서울 시내 산 유형에 따라 산불 취약지를 분류해 대비하고, 실제 산불 발생 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진화 전략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도 “도시형 산불에서는 민가 피해를 막는 소방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산림청과 소방이 역할 분담을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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