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팠을까"…대전 음주운전 사고 사망 초등생 유족 오열

이주형 2023. 4.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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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배승아(9) 양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한 장례식장.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배양의 어머니 A(50) 씨는 아들 B(26) 씨와 함께 빈소 한쪽 구석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사망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운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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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들고 횡단보도 건너라고 당부했는데…차가 인도로 돌진할 줄이야" 분통
"더 이상 다치는 아이들 없게…음주 운전자 엄벌해달라" 호소
"친구야 천국에 가서도 행복해야 해"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운전 사고로 배승아(9) 양이 사망한 가운데 9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사고 현장에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꽃과 음료수, 장난감, 편지 등이 놓여있다. 배 양의 친구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천국에서 잘 지내 그리고 거기 가서도 행복해야 해'라는 글이 적혀있다. 2023.4.9 coolee@yna.co.kr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아직 아기인데 얼마나 아팠을까…우리 아기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

9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배승아(9) 양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한 장례식장.

조문객도, 화환도 없이 쓸쓸한 빈소에는 적막함이 감도는 가운데 유족들의 흐느낌만 흘러나왔다.

단상 위에는 활짝 웃는 모습의 배 양의 영정사진과 함께 국화꽃 세송이가 놓여 있었다.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배양의 어머니 A(50) 씨는 아들 B(26) 씨와 함께 빈소 한쪽 구석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전날 중환자실에서 의사로부터 "아기가 힘들어하니까 그만 놓아주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마지막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딸의 시신 앞에서 엄마는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을 자꾸만 되짚어가며 흐느꼈다.

A씨는 "사고 나기 15분 전에 '친구들이랑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탄식했다. 딸은 사고 당시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생활용품점을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엄마가 쥐여준 용돈으로 학용품과 간식거리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아홉살 여자아이는 음주 운전자에 의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음주운전 차 어린이보호구역 돌진, 9세 초등생 사망 (서울=연합뉴스) 대전 둔산경찰서는 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를 덮쳐 초등생 1명을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로 6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2시 21분께 만취 상태로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도로를 달리다 9살 B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당시 사고 현장 모습. 2023.4.9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A씨는 "횡단보도 건널 때는 꼭 초록 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건너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는데…. 차가 인도로 돌진해 딸아이를 앗아갈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면서 연신 가슴을 쳤다.

혼자서 두 남매를 키우느라 집에 있을 틈이 없던 엄마를 위로한다고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며 개인기를 연습하던 딸이었다.

양 갈래로 머리를 늘어뜨린 배 양의 사진을 보여주던 A씨는 "애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철이 너무 일찍 든 딸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아파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며 오열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을 딸처럼 키워왔던 오빠 B씨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B씨는 "생일이 한 달여 밖에 안 남았는데…자기 침대를 갖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라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사망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민식이법 이후에도 스쿨존 사망사고는 계속돼 왔고, 결국 동생이 희생됐다"며 "부디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더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21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60대 남성이 운전하던 SM5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 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고 다른 9∼12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운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9일 오후 음주 운전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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