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NYT가 인종차별주의 보도하는 방식은
인종차별주의 보도 대상은 흑인…히스패닉·아시아인 소외
자국 사건보다 타국 사건에 집중… 인종차별 문제 타자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가디언·뉴욕타임스가 인종차별 관련 보도를 할 때 흑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에 대한 문제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외신은 영미 등 자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문제보다 타국 사건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이은성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박통합과정 학생, 이세영·금희조 동 대학 교수는 지난 2월 언론정보학보에 기고한 논문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언론의 보도 관점>을 통해 가디언·뉴욕타임스의 인종차별 보도 실태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가디언·뉴욕타임스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나온 보도 1만2341건이다.
이들 외신이 전하는 인종차별주의 보도 대상은 주로 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차별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뽑아본 결과 트럼프·흑인·축구·대통령·백인 등이 주로 언급됐다. 유대인은 14위, 무슬림은 26위였다.
연구진은 “언론은 인종차별주의 대상으로 주로 '흑인'에 주목하고 있으며, 때때로 '유대인'과 '무슬림'을 포함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그 외의 인종은 거의 배제돼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들 매체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는 중요한 사회 문제로 다루지 않았다. 연구진은 “언론에서 선택 및 강조된 뉴스를 통해 현실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독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쭉 실재해왔던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는 인종차별 문제를 타자화하고 있었다. 영국·미국 등 자국 내 발생한 인종차별 관련 보도보다 타국 이슈를 더 많이 다루고 있던 것이다. 연구진은 “가디언의 인종차별주의 언론 보도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가 두드러지고 영국 정치와 관련된 이슈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면서 “뉴욕타임스에서는 유럽 사회에서의 인종차별 이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나라의 대표 언론사들은 타국의 인종차별주의 이슈에 매우 큰 비중을 둔다”며 “두 언론사가 자국 입장에서 불편한 이슈인 인종차별주의를 타자화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는 발견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외신들은 정치 분야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주의' 사건을 논쟁화했다. 사회 문화·스포츠·보건 등 분야 기사에선 명확한 인종차별적 언행을 다뤘지만, 정치 분야에선 정치인들 발언에 '인종차별' 의미가 내포됐는지 여러 주장들이 함께 제시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의회 내 4명의 유색 인종 의원들을 향해 '범죄가 창궐하는 당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린 것에 대해 공화당 친화적 매체들에서는 '표현을 제외한 내용만 보자면 해당 트윗은 팩트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옹호하거나 '인종차별적'이라는 평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개별 사건들이 인종차별적이라는 판단의 기준은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사람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점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언론 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외신이 전하는 인종차별주의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일반 시민이 아닌 유력 인물이라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인종차별에는 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에피소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독자들에게 인종차별 문제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다루기보다는 개개인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 양식에 기대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외신이 인종차별 문제를 제도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특정 사례 위주로 소개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자칫 인종차별을 개인 차원의 문제로 한정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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