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괴롭힘 금지법’…직장인 30%, 아직도 당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2023. 4. 9. 15: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여전히 일터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10일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9일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 달 전인 2019년 6월 조사 당시 응답률 44.5%에 비해 14.4%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며 피해자가 느끼는 괴롭힘 수준은 더 심각해졌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 중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법 시행 전 38.2%에서 10.3%포인트 증가한 48.5%였다. 일터의 약자인 비정규직(52.9%), 5인 미만 사업장(54.9%)에서 심각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65.4%)에서 심각하다는 응답이 매우 높았다.

괴롭힙 유형은 ‘모욕·명예훼손’(18.9%)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당지시’(16.9%), ‘폭행·폭언’(14.4%), ‘업무 외 강요’(11.9%), ‘따돌림·차별’(11.1%) 등의 순이었다.

피해자 34.8%는 병원 진료나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진료·상담을 받은 직장인이 6.6%, 진료·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28.2%였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직장인도 10.6%나 됐다. 한 노동자는 직장갑질119에 “자기(상사)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계속되는 폭언으로 신고 준비 중”이라며 “요새 불면증이 심해져 정신과도 다녀오려고 한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노동자도 “‘너는 머리가 모자라냐?’ ‘어디서 말을 그따위로 배워먹고 자랐냐?’ 등의 모욕적 발언을 매일 듣는다. 정말 정신병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59.1%는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한다고 답했다. 회사, 노조,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71.0%),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17.0%) 등이었다.

실제로 신고한 직장인의 33.3%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답했다.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회사 조사·조치 의무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답한 비율은 36.1%에 불과했다. 한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더니 인사부에서 팀장이랑 짜고 인사평가에서 0점을 줬다.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이 되지 않으려면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을 개정해 회사의 조사·조치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기한을 두지 말고 바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해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