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아라뱃길 내년 초 열린다···여의도 선착장에서 인천까지 ‘2시간’
이르면 내년 2월 한강을 따라 여의도에서 김포를 거쳐 인천까지 이어지는 뱃길이 열린다. 서울시는 수상 교통으로 이동성을 높이고, 강변 볼거리를 확보해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인 ‘서해뱃길’은 외국인들을 서울로 끌어모으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의 관공선 선착장에서 ‘한강르네상스호’가 취재진을 태우고 출발했다. 배를 탄 곳은 2026년 국제여객터미널로 개항할 ‘서울항’에 앞서 연말까지 새로 조성될 여의도 선착장 부근이었다.
서울시는 길이 102m, 폭 32m로 1000톤급 선박이 3척까지 댈 수 있는 이 선착장에서 여의도~인천 정기 노선을 연 150회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항을 거점으로 5000톤급 선박이 오갈 한강~서해뱃길의 첫 단추다.
선착장 접근성 보완해야···볼거리는 다소 ‘아쉬움’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시야가 맑지는 않았지만 해당 노선의 풍경을 뱃길을 따라 볼 수 있었다. 정원 77명의 194톤급 선박이 시속 10노트(18㎞)로 달리자 여의도의 스카이라인과 밤섬, 한강 대교들과 강변에 늘어서 봄꽃을 피운 나무들, 아파트 등의 풍경들이 스쳐 갔다.
특히 배는 서울시가 대관람차 ‘서울링’과 혁신 디자인을 적용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랜드마크 빌딩 등을 짓기로 한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일대도 지났다. 르네상스호가 서해로 진입하는 경인아라뱃길로 들어선 것은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한 지 1시간이 좀 넘은 때였다.
경인아라뱃길의 관문인 아라한강갑문은 볼거리 중 하나다. 갑문은 선박이 이용하는 일종의 대형 엘리베이터다.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의 수위가 달라 배가 통과하기 전 수위를 조절해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 보통 통상 갑문을 통과하기 데 15분이 소요돼 갑문이 닫히고 수위를 조절하는 과정을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아라뱃길 구간에는 김포터미널·인천터미널 물류단지가 있지만 정작 뱃길을 이용하는 물류선이 없어 유람선에서 형형색색 컨테이너를 실은 물류선이 물에 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한강~아라뱃길 노선 운행사인 현대해양레져 김진만 대표는 “연간 이용객이 200만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관광을 중심으로 (노선을) 활성화한 후 상황에 따라 물류 기능도 확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종착점인 아라서해갑문 아라인천여객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국내 최대 인공폭포인 아라폭포와 조각공원, 전통 누각인 수향루 등을 거쳤으나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뱃길 이용에는 한강공원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선착장의 접근성과 평균 강폭이 1.2㎞에 달하는 광활한 한강 위에서 볼거리를 확보하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였다.
생태 영향 면밀히 평가해야···서울시 “꼼꼼히 따져보겠다”
서울시는 여의도~인천 뱃길이 열리면 서해뱃길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한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종식시키는 일이다. 오 시장이 지난 2010년 서울항을 추진했을 때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고, 환경 훼손 위험성에 따라 2014년 7월 노선 운항이 중단된 바 있다. 특히 뱃길은 람사르 습지인 밤섬 옆을 통과한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해 서울항 조성에 반대하며 “큰 배들이 오가면서 미치는 생태계 악영향과 수질 오염 문제는 경인아라뱃길만 보더라도 충분히 확인된다”며 “한강을 뱃길로 만들어 가는 방향은 환경 보전과 정반대의 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뱃길 수심 확보를 위해 하천 바닥의 모래를 파내는 과정에서 생태계 교란이 심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항 개항 준비에 맞춰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다음 달 초 발주할 예정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항로 이격거리와 운항속도, 소음 등에 관한 규정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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