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학원가 '마약 음료' 총책 신원 특정 …"중국 체류하는 한국인"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 일명 '마약 음료'를 제조해 전달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총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배후에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중국 당국과 공조해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번 사건의 총책인 남성 A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출입국기록상 현재 중국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선족이 아닌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에 대해 마약 제조 공범(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해 체포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가장 윗선은 A씨다. 경찰은 A씨가 중국에서 강원도 원주에 있는 20대 남성 B씨에게 지시해 마약음료를 제조하고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B씨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된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하면서 배후 조직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A씨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를 받아 국내 수사기관의 수사 선상에 오른 적이 없는 인물로 그를 상대로 한국법원이 체포 또는 구속 영장을 발부한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국제형사기구) 적색수배는 최소 체포영장이 발부된 용의자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그는 적색 수배 명단에도 오르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A씨가 중국에서 제3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오후 4시41분쯤 강원도 원주에서 제조책 B씨를 검거했다. 전날인 지난 6일 오후 2시48분쯤엔 피해 학생의 학부모에게 발신 번호가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표시된 협박전화가 연결되도록 중계기를 운영한 30대 남성 C씨를 인천에서 체포했다. 협박전화 발신지는 중국으로 추정되고 있다.
B씨와 C씨는 모두 한국인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B씨는 A씨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C씨는 A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오는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B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C씨 등 2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B씨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A씨를 B씨에 대한 공범(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특정해 체포영장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A씨 지시를 받은 B씨는 원주 자택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받은 마약을 중국에서 반입된 병에 우유 등과 섞어 마약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던지기 수법'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이후 찾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제조한 마약음료를 배달받은 아르바이트생 4명은 지난 3일 오후 서울지하철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학원가와 학교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했다.
이들은 2인 1조로 움직이며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에게는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부모 연락처를 받아 갔다. 피해 학생 부모들은 조선족 말투는 쓰는 사람으로부터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협박전화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학생은 7명, 학부모 1명 등 총 8명으로 아직 금전적 피해를 본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현장에서 마약음료를 나눠준 용의자 4명은 모두 체포되거나 자수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공통으로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고, 음료 안에 마약이 들어있는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시음행사에 가지고 간 마약음료가 100여병인 것으로 파악해 마약음료를 나눠준 주범이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나머지 병과 주범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국내 제조책 B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공급책과 인천의 변조기를 경유해 협박전화를 발신한 협박범 등을 추적하고 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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