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국가배상 범위는…대법원 "수사발표·지명수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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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수사를 받고 간첩으로 몰린 피해자는 불법구금뿐 아니라 수사결과 발표나 지명수배·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도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장씨가 청구한 재심이 무죄로 종결되자 양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발표 △지명수배 △불법구금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심 재판부는 양씨에 대한 수사발표·불법구금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규정하면서도 지명수배·기소유예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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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theL] 대법, "수사과정 일부만 떼어 과거사정리법 적용은 부당"
위법한 수사를 받고 간첩으로 몰린 피해자는 불법구금뿐 아니라 수사결과 발표나 지명수배·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도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양관수씨와 그의 가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의 배상범위를 확장하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1987년 이른바 '재일유학생 간첩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장의균씨를 간첩 활동자로, 양관수씨를 지령 하달자로 지목했다.
장씨는 같은해 7월 연행돼 징역 8년형에 처해졌다. 그는 "공소사실이 조작됐다"며 전향각서 작성을 거부했고, 1995년 만기 출소한 뒤 재심에 돌입해 2017년 12월 무죄가 확정됐다. 장씨는 불법으로 구금돼 수사 도중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양씨는 안기부로부터 지명수배된 뒤 계속 일본에 체류하다 1998년 귀국했다. 이때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해외 시국인사의 입국을 허용한 뒤였다. 양씨는 '가벼운 조사가 예정됐다'는 설명을 듣고 한국에 입국, 즉시 연행돼 구금됐지만 혐의를 자백하고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장씨가 청구한 재심이 무죄로 종결되자 양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발표 △지명수배 △불법구금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맞섰다.
원심 재판부는 양씨에 대한 수사발표·불법구금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규정하면서도 지명수배·기소유예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내부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심 재판부는 또 양씨에 대한 불법구금에 대해선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에 대해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는데, 양씨는 입국 전 '가벼운 조사'를 미리 통보받았으니 중대한 인권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서 양씨가 패소한 부분을 뒤집었다. 대법은 수사기관이 불법구금·가혹행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증언이나 증거물을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수사발표·지명수배를 한 것이라며 모든 행위가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을 구성하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양씨에 대해 "수사발표 내용에 비춰 지명수배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검거를 우려해 10여년 동안 귀국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판단할 때는 직무집행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일부만 떼어 과거사정리법 적용을 부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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