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오타`…수험생 "복수정답 인정하라"

한국사 시험에 8번에 '응진전'을 '웅진전'으로 잘못 써
1번 선지의 '웅진전'도 옳지 않은 문장 돼
인사처 "이의 반영해 17일 정답 확정 공개"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 4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지난 8일 치러진 국가직공무원 9급 공채 한국사 시험 문항에서 어처구니없는 오타가 발생했다. 수험생들은 오타로 인해 옳지 않은 문장이 된 선지를 복수정답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8일 치러진 국가직 9급 한국사 시험 8번에 '고려시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문제의 의도된 정답은 2번 선지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은 원의 석탑을 모방해 제작하였다'이다.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은 원나라가 아닌 송나라의 석탑을 모방한 것이다.

그런데 1번 선지에서 황해도 사리원 성불사에 있는 다포(多包)양식 건물 '응진전'(應眞殿)을 '웅진전'으로 잘못 쓴 오타가 났다. 1번 선지도 사실상 옳지 않은 문장이 된 것이다.

이날 오전 인사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는 수험생 30여명이 이 문제의 1번 선지도 복수정답으로 인정해달라는 이의 제기를 올렸다.

수험생들은 "공무원 시험은 시간 싸움이다. 빠르게 정답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나머지 선지를 읽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1번에 표기된 '성불사 웅진전'은 존재하지 않는 문화유산으로 옳지 않은 문장이다"라며 복수정답 인정을 요구했다. 9급 공무원 시험 필기시험에선 5과목에 20문제씩 총 100문제를 100분에 풀어야 한다.

반면 2번만을 정답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10여건 올라 있다. 한 수험생은 "문제의 정답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다른 선지까지 살펴보고 더 확실한 답을 고르는 게 맞다"며 "1번 보기에 '황해도 성불사'라는 것까지 주어졌기 때문에 이것을 단순 오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사처 관계자는 "출제진 확인 결과 오타가 맞다"며 "정답 확정 논의 과정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과목의 13번 문항도 복수정답 논란에 휩싸였다.

13번은 '밑줄 친 '나'가 집권해 추진한 사실로 옳은 것'을 묻고 있다. 여기에서의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유추할 수 있다.

출제위원은 선지 4번 '베트남 파병에 필요한 조건을 명시한 브라운 각서를 체결했다'를 정답으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1963년)를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은 박 전 대통령의 군정이 시작된 5·16 군사정변(1961년) 이후를 '집권'이라고 본다면 선지 1번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했다'도 정답이 된다고 주장한다.

인사처는 오는 11일 오후 6시까지 이의 제기를 받는다. 이어 과목별 선정위원과 전문가들이 모인 '정답확정회의'를 거친 뒤 17일 오후 6시에 확정 정답을 공개하기로 했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