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억원씩 늘어나는 나랏빚… 세수 부족에 재정여건 추가 악화 우려
지난해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올 한해에도 나랏빚이 60조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분 단위로 환산하면 1분에 1억여원씩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올해 국세수입이 정부 전망치보다 줄어드는 ‘세수 펑크’가 우려되고 있어 재정여건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국세수입이 예상치보다 약 119조원 더 들어왔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채무상환보다는 지출 확대에 집중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예산상 국가채무는 1134조4000억원(국내총생산 대비 49.8%)으로 올 한해에도 국가채무는 66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채무가 하루에 1827억원, 1분에 1억3000만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 하향조정한 것을 감안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말 50.4%로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의 성격도 악화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외화자산 등 대응 자산이 있어 상환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세금 등의 재원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로 나뉜다.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678조2000억원이던 적자성 채무는 올해 721조5000억원으로 늘어나고, 2026년에는 866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올해 기업실적 악화, 자산시장 부진 등에 따른 세수결손도 우려돼 적자 폭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세수입(누계)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작년 세수(395조9000억원)보다 올해 말 국세수입 예상치(400조5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올려 잡은 바 있다. 3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이 걷히더라도 세입예산이 20조원 넘게 부족해지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7일 “당초 세입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세수 부족을 공식화한 것으로, 정부가 천명한 건전재정 기조에도 경고등에 켜진 셈이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낮출 기회는 있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2년 간 정부의 세입 예산 대비 실제 결산액의 차이는 118조6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2년 간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세금이 118조6000억원 더 들어왔던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 2021년 2차례, 2022년 1차례 등 6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윤석열정부도 지난해 2차 추경으로 62조원을 지출하는 등 지출도 그에 상응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 상환은 2021년 1조4000억원, 2022년 1조2000억원 등 2조6000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현금을 직접 주는 포퓰리즘성 지원을 경계하는 등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론 어려울 때 재정이 역할을 해야만 한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재정을 투입한 것이 정말 불요불급한 처방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정이 연금 등 제도를 통해 스며들도록 해야지 현금 나눠주기 방식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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