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지연에···대우조선 수주 80% 추락

박호현 기자 2023. 4. 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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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와의 기업결합이 늦어지면서 시장 내 경쟁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수주, 채용, 자금 조달 등 경영 활동은 사실상 멈춰 있는 반면 경쟁사들은 고가 선박 수주를 따내고 핵심 인력을 선점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또 일부는 잠수함 등 방산 분야 인력이 대거 경쟁사로 갔지만 사실상 경영 공백으로 제대로 된 대처가 안 되고 있다.

재계는 대우조선의 이 같은 경영 악화 신호가 기업결합 지연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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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수주금액 8억弗에 그쳐
누적적자 탓 자금조달도 난항
결합승인 공정위 결정만 남아
재계 "정부 차원의 결단 필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울경제]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와의 기업결합이 늦어지면서 시장 내 경쟁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수주, 채용, 자금 조달 등 경영 활동은 사실상 멈춰 있는 반면 경쟁사들은 고가 선박 수주를 따내고 핵심 인력을 선점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끝으로 7개국 경쟁 당국이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이제는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만 남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 1분기 8억 달러의 수주를 받았다. 전년 동기의 수주액(42억 달러)보다 80%가 급락했다.

경쟁사들은 다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수주 호황이던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일감을 따냈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329180)·현대미포·현대삼호)의 지난해 1분기와 올 1분기 수주액은 각각 77억 달러, 73억 달러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3억 달러 늘어난 25억 달러 수주를 기록했다. 양 사 모두 1분기 기준 목표치를 모두 초과 달성했다. 올해 69억 8000만 달러 수주 목표를 세운 대우조선은 1분기 달성률이 10% 수준에 그쳤다.

경고등은 이뿐 아니다.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면서 자금 조달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2년 누적 적자만 3조 4000억 원으로 한화의 2조 원 규모 자금 수혈이 시급하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800%에 이른다. 경영 정상화 지연으로 신용도 상향도 늦어져 신용도 기반 금융 비용 개선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선박 대금은 수주 이후 2~3년 후 60% 이상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건조 초기에는 선주 자금이 아닌 자기 자금이 필요하다. 조선소에 돈이 없으면 수주를 받아도 배를 지을 수 없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7000억 원 안팎의 현금이 있지만 건조 비용 확보를 위해 최근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결합 승인이 안 난 상황에서 자금 조달도 비싸게 하고 그만큼 선박 건조 비용도 경쟁사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심사 4개월간의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정식 채용 절차 역시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말 기준 인력은 8300명으로 전년 대비 300명이 줄었다. 경쟁사로 빠져나간 인력 상당수는 실무 주축인 과장급으로 대부분 설계 관련 수행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는 잠수함 등 방산 분야 인력이 대거 경쟁사로 갔지만 사실상 경영 공백으로 제대로 된 대처가 안 되고 있다. 올 1분기 한국조선해양은 공채를 두 번이나 하며 대거 인력을 확보했다.

재계는 대우조선의 이 같은 경영 악화 신호가 기업결합 지연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는 물론 새로운 최대주주가 핵심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 없는데 결국 이런 모호한 상황으로 인해 조선 업황 호황기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구조 조정 딜이었고 원매자를 찾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딜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10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연 이유가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한편 기업결합 후 방산 분야의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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