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태업’ 이유로 타워크레인 54명 면허정지 등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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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54명에 대해 면허정지나 경고조처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이 법이 정한 '성실한 업무수행 의무'를 위반(태업)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법이나 시행령이 아닌 지침 형태로 제시한 '성실의무 위반 유형' 해당을 이유로 면허 정지 처분에 착수하는 사례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노정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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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 위축 논란 거세질듯
정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54명에 대해 면허정지나 경고조처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이 법이 정한 ‘성실한 업무수행 의무’를 위반(태업)했다는 것이 이유다. 정부의 고강도 대응으로 실제 무더기 행정처분 사례가 나오면서, 태업으로 몰릴까봐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조종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9일 “전국 건설현장 약 700개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부처합동 특별점검 결과, 지난 6일까지 574개 현장(82.8%)에서 54건의 성실의무 위반행위 의심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54건 가운데 21건은 면허 자격정지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토부 지방청 행정처분위원회와 외부 민간위원들이 포함된 청문절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33건은 추가 증거자료 확보 뒤 면허 정지와 경고 조처 중에서 처분 유형을 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특별점검을 오는 1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면허 정지 대상이 된 사례는 작업계획서에 포함된 작업·업무(거푸집, 호퍼 인양 등)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경우, 정해진 신호수 배치 외 무리한 인원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업을 거부한 경우 등이다. 정해진 작업개시 시간까지 조종석에 탑승하지 않은 경우,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으로 운행해 작업을 지연시키거나 기계 결함을 유발한 경우 등은 향후 경고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국토부가 언급한 ‘성실의무’는 국가기술자격법(16조·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품위를 손상해서도 안 된다)이 정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 조항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지난달 발표한 ‘가이드라인 ’ (지침)을 통해 ‘성실의무 위반 유형 15개’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순간풍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원도급사 승인 없이 조종석에서 임의 이탈하는 경우” 등 일부 조항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작업중지권(52조·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은 노동자가 판단해 행사하는 것인데도, 정부가 원도급사의 승인을 받게 함으로써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만한 위험 상황에서도 노동자가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다.(▶관련기사: “태업 몰릴까봐”…타워크레인 유리창 깨져도 작업은 계속됐다, “이 안개에 35층 타워크레인 올라가야…‘태업’한다 몰아대니”)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행정처분 대상이 된 54건 가운데 풍속을 이유로 조종석에서 임의 이탈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상대로 더 빠른 일처리 등을 요구하며 관행적으로 건네져 온 ‘월례비’를 뿌리뽑겠다며 최근 대응 강도를 높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노조 활동을 ‘건폭’(건설현장 폭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법이나 시행령이 아닌 지침 형태로 제시한 ‘성실의무 위반 유형’ 해당을 이유로 면허 정지 처분에 착수하는 사례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노정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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