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국 경제 부진 지속…반도체 등 수출 큰 폭 감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경기가 과거 위기 시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KDI는 9일 '4월 경제동향'을 통해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위축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서도 수출 감소에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금리 인상 영향으로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도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KDI는 이번 달도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3월 수출(-13.6%)은 전월(-7.5%)보다 감소폭이 확대되며 부진을 지속했다. 자동차(64.2%)가 대폭 증가한 반면 반도체(-34.5%)는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그 외 대부분의 품목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월 반도체산업 관련 다수 지표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정도로 악화됐다. 반도체경기는 작년 3월에 정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부터 빠르게 하락했다.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41.8% 감소하면서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동률지수(계절조정 기준)도 직전 정점 대비 49.1% 하락하면서 2001년 7월(-44.7%), 2008년 12월(-48.0%)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재고율은 254.2를 기록하며 2001년 7월(247.6), 2008년 12월(204.6)의 수준을 상회했다.

전체 수출액 중 18.9%(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경기 하락은 수출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분기 반도체수출은 전년동기대비 40.0%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액 감소(-12.6%)에 -7.9%p만큼 기여했다.

설비투자도 제조업 경기 악화로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설비투자 수요가 제한적임을 시사했다.

노동시장은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증가세도 완만해지는 등 고용 둔화 흐름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2월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의 증가세가 완만해짐에 따라 전월(41만1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전년동월대비 31만2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KDI는 이번 달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며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