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부주지 스님은 종교인? 근로자?…“지휘·감독 받았다면 근로자”

스님 A씨, 부주지 맡았다가 갈등 빚고 해고
재단 “종교인이라면 마땅히 하는 일”
초심 뒤집고 재심서 ‘근로자’ 판단
재단, 해고 서면으로 통보 안 해…”근로기준법 위반”

사찰에서 신도 관리, 법당 축원 등의 일을 한 스님이 재단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고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종로구와 조계사가 함께하는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중노위는 지난달 9일 서울 소재 한 사찰의 부주지 스님 A씨가 종교재단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에서 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고 부당해고를 인정했다고 9일 밝혔다. 중노위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성격의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중노위에 따르면 A씨는 1989년 법명을 받아 스님이 됐다. 2021년 1월 재단으로부터 임기 2년의 해당 사찰 부주지로 임명돼 근무했다. 주요 업무는 신도 관리, 법당 축원, 인터넷 사찰 프로그램 자료 정리 등이었다. 재단은 이 사찰을 포함해 4개 사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해당 사찰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재단 간 갈등이 발생했다. 재단은 지난해 6월 A씨를 지난해 6월 해임했다. A씨는 ‘퇴거 명령에 불응하고 욕설 등으로 스님의 품위와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같은 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재단은 A씨가 하던 일은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이라면 마땅히 수행하는 일이라며 정해진 업무와 근무 시간·장소가 없기 때문에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도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재심 중노위는 A씨 업무가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일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재단의 지휘·감독 아래 사찰을 운영하기 위한 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A씨가 사찰의 행정 업무를 재단에 보고한 점, 매월 300만원의 정기적·고정적 금액을 지급받은 점 등을 근로자라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해고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보받지 못했는데, 중노위는 재단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A씨 해임이 부당해고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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