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조승우의 울림있는 고해 “내 맘대로 생각해 버렸어!”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4. 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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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삼촌이 미안해. 난 너가 잘지낸다고..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고 생각해 버렸어.. 내 맘대로.. 그렇게 생각해 버렸어. 넌 그렇지 않은데.. 그래서 삼촌이 미안해.”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신성한(조승우 분)이 8일 방영된 11회를 통해 조카 기영 앞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사람에게 품는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렇다. 되도록이면 자신에게 유리한 쪽, 편한 쪽으로 믿고 말기 십상이다.

신성한도 그랬다. 여동생 신주화(공현지 분)의 아들 기영이 계모 진영주(노수산나 분) 밑에서 크고는 있지만 친아빠 서정국(김태향 분) 슬하이니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 믿었다. 한 치 건너 두 치다. 외삼촌이란 어쩔 수 없는 한계 탓에 그렇게 믿는 게 편했다. 그래서 기영이 하소연 하기까지 짐짓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기영이 호소한다. “내가 있잖아. 차 안이 제일 편해. 정기사 아저씨가 학교도 태워다 주고, 레슨도 태워다 주고.. 차가 막히면 더 좋아. 정기사 아저씨는 다 모른 척 해주거든. 나한테 착하다고 해주거든. 근데 이제 아저씨도 떠나. 그럼 난 이제 끝이야. 이제 내 편은 하나도 없어, 삼촌!”

운전 기사만이 유일한 의지처였단다. 그 어린 것한테 가장 편한 곳이 집도, 학교도, 학원도 아닌 차 안이란다. 그리고 이제 그 차도 타기 싫단다. 기사 아저씨가 해고되는 바람에 기영이 사는 세상에 기영의 편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단다. 그래서 삼촌이랍시고 숨 좀 쉬게 해달라고 도움을 청해왔다. “삼촌은 엄마도, 아빠도 아니라서 아무 것도 못해? 그럼 날 어떻게 지켜?”

신성한이 결심했다. “지켜! 이제 방법을 찾을 거야. 막히는 차안 보다 더 편한 곳, 그런 곳, 그런 사람들, 그런 모든 거 삼촌이 찾아낼 거야. 근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기영이가 기다려 주면 돼.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그렇게 삼촌 기다려줄 수 있겠어?” 신성한은 그렇게 조카의 의뢰를 수임했다.

해석이 안되는 바람에 껄쩍지근함이 남아 중도 포기하려던 마금희(차화연 분)여사의 이혼 소송도 이어가기로 했다. 마금희 이혼소송의 본질이 조카 기영을 위한 것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진영주의 본색도 드러났다. “그 부주의한 년은 죽어서도 우아하게 관심을 받는구나. 부럽다. 신주화!” 지난 달 19일 방영된 6회에서 진영주가 남긴 독백이다. 교통사고로 이미 사망한 서정국의 전처 신주화에 대한 끝내지 못한 적의가 그 한 마디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11회 마금희와의 대화에서 그 해묵은 적의의 정체가 드러났다. 서정국과는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를 거치도록 동창였던 진영주다. 그리고 가세가 기운 이후에도 서정국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찜했던 서정국을 신주화가 낚아챘다. 진영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를 쓰고 자금을 마련해 서정국이 유학간 곳까지 쫓아가서 기어코 그를 유혹해내고 말았다.

신주화와의 마지막 통화에서도 그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하와이 말야. 어머니한테 당신이 추천한 거라며. 당신 아들 데리고 자주 오겠다고. 근데 지금 누가 와있어? 나랑 내 딸이 와있어. 왜 이렇게 된 것 같아? 내가 이렇게 되기로 마음먹었거든. 그럼 이렇게 되는거야!”

진영주의 실체는 그런 집요함이다. 먹은 맘은 꼭 풀고마는 집요함. 그런 진영주에게 신주화는 찍혔다. 제 밥그릇 넘 본 신주화에겐 무엇 하나 남겨놓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신주화의 하나뿐인 아들까지도. 그래서 협박한다. “내가 마음먹고 당신 아들 걷어내면 어디다 둘 거 같아요?”

“왜 이렇게까지 해요. 애가 어려요. 너무 어리잖아요.”라는 신주화의 호소에도 “그러니까 제발 애새끼 지 엄마 얼굴 뇌에 새기기 전에 독일 니 오빠 따라가던가 아니면 그냥 확 죽던가. 법 공부 한다고 될 일 아니야. 그만해. 여기까지 해요, 신주화씨. 니 아들 피말라 죽는 꼴 보기 전에!”라고 협박으로 응수한다.

괜한 강짜는 아니었다. 당시 진영주는, 회유한 신주화의 변호사 박유석(전배수 분)으로부터 신주화의 병력을 넘겨받았다. 청천벽력같은 남편의 외도와 이혼 요구에 선하고 여린 신주화는 일종의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을 것이고, 스스로 법을 공부하며 아들 기영을 찾아오려는 초조한 모정은 그 증세를 부추겼을 것이다. 진영주는 그런 신주화를 상대로 그녀가 애면글면하는 아들을 인질로 험한 협박을 하면 그녀의 정신을 파괴할 수 있으리란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그런 시도는 제대로 먹혀 들어 신주화를 뺑소니 교통사고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여기에 진영주가 의도치 않았던 상황이 끼어든다. 진영주와의 마지막 통화를 마금희가 들었다는 점. 그 마지막 통화 직후 딸처럼 아꼈던 옛 며느리 신주화가 명을 달리했음을 뒤늦게 안 마금희의 심경은 어땠을까. 새며느리 진영주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참모습을 목도했지만 법적으로 진영주를 추궁할 근거는 하나 없다. 단지 마금희로서는 기영을 그런 진영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당위만을 새길 수밖에.

인생이란 유한하다. 우리는 이미 죽음에 동의한 채 태어나 유한한 세월 속을 여행한다. 그 귀한 시간을 더불어 사는 이들은 모두 귀하다. 누구도 누군가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된다. 신성한과 친구들이 그렇듯 서로를 속 깊이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다 사라져야 비로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귀한 시간을 진영주처럼 응징당해 마땅하게 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어 보인다.

사람 귀한 줄 아는 변호사 신성한의 마지막 남은 1회분 연주일정에 기대감을 전해 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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