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타워크레인 태업` 54건 적발...21건 면허정치 절차 착수
건산연 "정부 특별점검에 정상화됐지만 제도개선 필요"
국토교통부는 전국의 건설현장 약 700개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타워크레인 태업 특별점검의 중간결과, 574개 현장에서 54건의 성실의무 위반행위 의심사례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월례비 근절 정책 등에 반발해 고의로 작업 속도를 늦추거나 작업을 거부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23일간 고용노동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진행했다.
앞서 국토부는 월례비를 받거나 태업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국가기술자격법에 근거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예고한 뒤 성실의무 위반행위를 15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불법·부당행위를 횟수별로 차등화해 1차 위반 시에는 3개월, 2차 위반 땐 6개월, 3차 이상 위반 시에는 12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거푸집 인양을 거부하거나, 정해진 신호수 외 무리한 인원 배치를 요구하면서 들어주지 않으면 작업을 거부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렇게 적발된 21건을 성실의무 위반행위 의심사례 중 '면허자격 정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행정처분 위원회 및 청문 등의 절차를 착수할 예정다.
정해진 작업 시작 시간까지 조종석에 앉지 않거나, 타워크레인을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 운행해 작업 지연을 발생시키는 등 처분유형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33건은 향후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한 후 '면허자격 정지' 또는 '경고조치' 등의 절차를 추가 진행할 방침이다.
면허정지 최종처분은 건설기계 조종 면허 발급주체인 시·군·구청에서 한다.
국토부가 타워크레인 특별점검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은 지난달 24일에 이어 두 번째다.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특별점검에서 중간 결과를 두 번씩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별점검은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국토부는 중간 점검 결과, 태업 등 성실의무 위반 의심사례 적발 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간점검 1주차인 지난달 발표에서는 성실의무 위반행위 33건, 부당금품요구 2건의 의심 사례가 조사돼 불법·부당행위가 확인될 경우 자격정지 처분과 필요시 경찰 수사도 의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주차와 3주차에는 각각 15건과 6건으로 적발 건수가 줄어들었다.
국토부는 특별점검 이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작업 협조를 잘하고 있으며, 태업으로 인해 다른 작업자와 다투는 갈등 상황도 줄었다는 건설현장 관계자들의 반응도 전했다. 경기 A건설현장의 현장소장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태업으로 인해 작업이 지연되어 조종사와 다른 작업자 간 다투는 상황이 줄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특별점검을 통해 건설현장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에도 상시점검을 통해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특별점검으로 건설현장의 공사가 상당 부분 정상화됐지만 지속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정상화 정책 동향과 점검' 보고서에서는 정부의 타워크레인 노조 불법행위와 태업 실태 조사 등으로 전국 574개 점검 현장 가운데 85.7%인 492곳의 작업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이 외에 작업 정상화가 95%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곳이 7.3%였고, 85% 수준에 이른 곳은 4.4%로 조사됐다. 75% 수준 이하인 현장은 2.6%에 불과했다.
대한건설협회가 1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 근무 기준 모니터링에서는 정상 작업에 차질을 빚은 현장이 지난달 28일 조사에서 13.5%였는데, 이달 초 조사에선 9.3%로 줄어들기도 했다.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발빠른 대처로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만, 현장 내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도입하거나 타워크레인 조종사 인력 풀을 확충하는 등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석인 건산연 기획·경영본부장은 "건설노조의 준법투쟁으로 다양한 방식의 태업이 예상됐으나 국토부의 특별점검과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상당 부분 애로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건설현장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 모니터링과 다양한 제도적 보완 및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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