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중국] 덩샤오핑이 그린 '한적한 농촌' 선전시의 미래...미중 갈등 첨병 R&D 밀집
윤석정 2023. 4. 9. 13:00
‘개혁개방 1번지’ 선전시, 한적한 어촌에서 40년 만에 중국 최대 도시로
미중 갈등 ‘최전선’ 화웨이, R&D로 미국 견제 뚫고 기술자립 결실
‘마윈 도피’에서 보듯 정치적 불확실성이 첨단산업 성장 ‘걸림돌’
선전은 젊은 도시다. 상주인구가 1천70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올해 서울의 평균 연령이 44살인 것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인구 30만 명의 한적한 어촌이었던 이곳이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불과 40년 만에 중국 최대 도시 중 하나로 급성장했다. 얼마 전 발표된 2022년 중국 100대 도시 순위를 보면 선전시는 GDP 3조 2,388억 위안으로 상하이(4조 4,653억 위안), 베이징(4조 1,611억 위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월 초의 선전은 비가 오는 날씨지만 기온은 이미 20도 이상으로 올라 쾌적했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산뜻했다. 취재를 위해 차를 타고 이동 중 창밖으로 보이는 선전 시민들의 모습은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다. 서둘러 출근하고, 또 퇴근하고. 눈에 띄는 건 거리를 누비는 택시가 모두 중국 비야디 전기자동차라는 것. 선전에 비야디 생산공장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 늦게 시내를 나가봤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도 도심엔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 북적일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런 선전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화웨이(華爲)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선전시 지하철역 중 <화웨이역>이 있을 정도다. 화웨이가 1987년 설립 후 불과 36년 만에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끊임없는 연구개발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 화웨이 연구개발 핵심은 선전시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둥관(東莞)시에 있는 R&D 캠퍼스이다. 여의도 면적 절반 규모의 터에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캠퍼스 곳곳을 빨간 열차가 지나가는 곳. 모르는 사람이 방문했다면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곳. 이곳에 화웨이는 2만 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들이 그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춰놓았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의 서막을 알린 지난 2019년 미국의 대(對) 화웨이 수출 통제로 화웨이의 매출은 2020년 8,913억 위안에서 2021년 6,368억 위안으로 그야말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얼마 전 발표된 2022년도 실적 보고를 보면 매출 6,423억 위안으로 소폭이지만 반등을 이뤄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비이다. 연간 매출의 4분의 1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덕에 화웨이는 미국의 견제 속에 3년간 부품 1만 3천 개 이상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중심이 바로 화웨이 R&D 센터였다.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선전시를 제대로 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 내가 본 선전시와 화웨이의 역동적인 모습은 지난 수십 년간 날로 발전해 이제는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거대해진 중국의 모습과 일치시킬 수 있었다. 그럼 앞으로의 선전의, 그리고 중국의 미래 역시 밝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견제 때문만은 아니다.
시진핑 주석 집권 2기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를 꼽자면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의 해외 도피일 것이다. 공산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중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던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가 한순간에 고국에서 도망치다시피 뛰쳐나와 1년 이상을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난달에서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선전시를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는데,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전 세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롄화산공원 정상에서 이번엔 덩샤오핑 동상과 시선을 함께 해본다. 맞은편에 보이는 건 비가 그친 선전 시내를 자욱한 안개가 뒤덮은 풍경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후 중국의 발전을 상징했던 선전시의 앞날은 지난 40년간의 모습처럼 기세등등할까 아니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처럼 안갯속일까.
[윤석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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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최전선’ 화웨이, R&D로 미국 견제 뚫고 기술자립 결실
‘마윈 도피’에서 보듯 정치적 불확실성이 첨단산업 성장 ‘걸림돌’
비가 살포시 내리던 2023년 4월의 둘째 날 중국 개혁개방 1번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의 롄화산(莲花山) 공원을 방문했다.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 사이를 뚫고 오른 공원 정상엔 덩샤오핑 동상이 선전 시내를 굽어보고 있었다.
상주인구 1천750만…평균 연령 33살 불과
선전은 젊은 도시다. 상주인구가 1천70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올해 서울의 평균 연령이 44살인 것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인구 30만 명의 한적한 어촌이었던 이곳이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불과 40년 만에 중국 최대 도시 중 하나로 급성장했다. 얼마 전 발표된 2022년 중국 100대 도시 순위를 보면 선전시는 GDP 3조 2,388억 위안으로 상하이(4조 4,653억 위안), 베이징(4조 1,611억 위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월 초의 선전은 비가 오는 날씨지만 기온은 이미 20도 이상으로 올라 쾌적했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산뜻했다. 취재를 위해 차를 타고 이동 중 창밖으로 보이는 선전 시민들의 모습은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다. 서둘러 출근하고, 또 퇴근하고. 눈에 띄는 건 거리를 누비는 택시가 모두 중국 비야디 전기자동차라는 것. 선전에 비야디 생산공장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 늦게 시내를 나가봤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도 도심엔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 북적일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화웨이, 선전 최고 인기 기업…유럽풍 R&D 센터에서 2만 명 연구개발인력 상주
이런 선전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화웨이(華爲)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선전시 지하철역 중 <화웨이역>이 있을 정도다. 화웨이가 1987년 설립 후 불과 36년 만에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끊임없는 연구개발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 화웨이 연구개발 핵심은 선전시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둥관(東莞)시에 있는 R&D 캠퍼스이다. 여의도 면적 절반 규모의 터에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캠퍼스 곳곳을 빨간 열차가 지나가는 곳. 모르는 사람이 방문했다면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곳. 이곳에 화웨이는 2만 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들이 그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춰놓았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의 서막을 알린 지난 2019년 미국의 대(對) 화웨이 수출 통제로 화웨이의 매출은 2020년 8,913억 위안에서 2021년 6,368억 위안으로 그야말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얼마 전 발표된 2022년도 실적 보고를 보면 매출 6,423억 위안으로 소폭이지만 반등을 이뤄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비이다. 연간 매출의 4분의 1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덕에 화웨이는 미국의 견제 속에 3년간 부품 1만 3천 개 이상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중심이 바로 화웨이 R&D 센터였다.
중국 “선전시를 세계 최고 혁신도시로”…제2의 마윈 탄압 나올까 우려도 커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선전시를 제대로 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 내가 본 선전시와 화웨이의 역동적인 모습은 지난 수십 년간 날로 발전해 이제는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거대해진 중국의 모습과 일치시킬 수 있었다. 그럼 앞으로의 선전의, 그리고 중국의 미래 역시 밝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견제 때문만은 아니다.
시진핑 주석 집권 2기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를 꼽자면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의 해외 도피일 것이다. 공산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중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던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가 한순간에 고국에서 도망치다시피 뛰쳐나와 1년 이상을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난달에서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선전시를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는데,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전 세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롄화산공원 정상에서 이번엔 덩샤오핑 동상과 시선을 함께 해본다. 맞은편에 보이는 건 비가 그친 선전 시내를 자욱한 안개가 뒤덮은 풍경이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후 중국의 발전을 상징했던 선전시의 앞날은 지난 40년간의 모습처럼 기세등등할까 아니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처럼 안갯속일까.
[윤석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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