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대 최대 ‘대만 포위’ 리허설...美 “면밀 주시, 과잉대응 말라”
중국이 9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에 항의하며 이틀째 대규모 무력시위를 했다. 지난 6일 자국 항공모함 산둥함을 대만 인근 해역에 보내 엄포를 놓은 데 이어 8일부터 사흘간 대만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무력시위를 겨냥해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중이 대만을 놓고 상호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확전(擴戰)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이번 무력 시위는 ‘대만 포위 리허설’로, 규모 면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8일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조직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9일 중국군 전투기 J(젠)-10, J-11, J-16 등과 공중급유기 YU-20, 폭격기 H-6K, 조기경보기 KJ-500 등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전날에 이어 대만 주변에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군용기 45대는 대만 해협 중간선(중국 본토와 대만의 경계선)을 넘거나 대만 공역에 진입했다.
중국군은 오는 1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km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의 무력시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각)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국가 안보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중 충돌에 대응할 미국 군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원단 8명을 이끌고 지난 6일 대만을 방문한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7일 대만 입법원(국회) 기자회견에서 “지역 평화 촉진과 대만에 억지력을 제공하기 위해 대만에 신속한 무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힘을 통한 평화가 진짜”라고 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9일 “오랜 관행과 정책에 부합하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을 중국이 과잉 대응의 구실로 이용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해협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안보와 경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차이잉원도 8일 “최근 몇 년간 대만은 계속된 (중국의) 권위적 확장주의에 직면해왔다”면서 “대만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특히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대만 포위 실전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의 자막을 통해 “오늘(8일)의 훈련은 연합 작전 체계에서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 등의 장악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며 “대만 주위에서 전투 대비 순찰을 진행해 대만을 전방위 포위하는 태세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군 장사정 로켓포, 해군 구축 호위함과 미사일 쾌속정, 공군 전투기, 폭격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로켓 부대 등이 동원된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해안·해상·공중의 사이버전 대항 능력을 동원한 전자 정찰과 교란 등 지원 활동과 함께 대잠 훈련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군사과학원의 자오샤오줘 연구원을 인용해 “이번 훈련은 군대의 모든 전력이 참여한 전군·전 병종의 연합 훈련이었으며, 모든 무기가 실탄을 장전하고, 순찰용 함정의 경우 레이더를 켜는 등 실전 지향 훈련이었다”고 했다. 중국은 이번 무력시위에서 정보망 장악에도 집중했다. 자오 연구원은 “대만군의 모든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방어 기지를 제압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만드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했다.
작년 8월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의 무력 시위는 대만의 중요 항구와 항행로를 장악하고, 대만 해·공역을 봉쇄해 대만을 고립시키는 훈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나아가 대만 공격 상황을 상정해 훈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훈련의 수위는 작년 펠로시 대만 방문 당시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대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군 전투기들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잠깐 동안만 넘었다”고 했다. 또 펠로시 대만 방문 때와 비교해 훈련 첫날 중국·대만 군함의 대치 상황이나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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