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슈퍼리치’ 1인당 총자산 평균 323억원… MBTI는 ‘ESTJ’ 26.8%
국내 ‘슈퍼리치’(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 보유자)의 지난해 1인당 총자산 평균이 323억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슈퍼리치들은 현금·예금 비중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린 반면, 주식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대한민국 웰스(Wealth)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슈퍼리치의 총자산 평균은 323억원으로, 1년 전(373억원)보다 5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현금·예금 비중이 1년 새 25%에서 58%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주식의 비중은 45%에서 16%로 쪼그라들었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예금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 보유 비율을 늘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슈퍼리치의 73%는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유형별로는 2021년 대비 외화현금(63%→73%), 해외주식(30%→43%), 채권(10%→17%) 투자를 확대했다.
슈퍼리치의 79%는 올해 실물 경기가 안 좋아질 것(‘매우 안 좋아질 것’ 응답 포함)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88%에 달했다. 이들은 향후 투자 의향이 높은 자산 1순위로 주식(29%·직접투자 및 ETF 제외)을 꼽았고, 부동산(27%), 예금(15%), 채권(12%) 등이 뒤를 이었다.
슈퍼리치는 투자자산으로 미술품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리치의 미술품 보유 비중은 약 41%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23%)나 금융자산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대중부유층’(14%) 대비 높은 수준이다. 슈퍼리치 2명 중 1명(46%)가량은 향후에도 미술품을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슈퍼리치의 연평균 소득은 약 1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부자의 연평균 소득(3억3000만원)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슈퍼리치의 소득 중에는 재산소득 비중이 39%(4억8000만원)로 가장 컸다. 일반 부자의 경우 연 소득 중 근로소득(37%)의 비중이 재산소득(22%)보다 높았다.
슈퍼리치는 월 소득의 절반 이상(57%)을 저축하고, 나머지는 소비(37%), 대출금 상환(6%) 등에 사용했다. 직업은 기업 경영자가 29%로 가장 많고, 의료·법조계 전문직(20%) 등이 뒤를 이었다. 슈퍼리치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순이었다.
연구소가 성격유형검사인 MBTI로 부자들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슈퍼리치 중에는 ‘ESTJ’(외향형·감각형·이성적·계획적)가 26.8%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ESTJ’형은 흔히 지도자형, 경영자형으로 불리는데, 사회적인 질서를 중시하면서 현실적이고 추진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며 “다수의 은행 PB(프라이빗 뱅커)도 부자의 특징으로 실행력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 부자 1인당 총자산 평균은 약 72억원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영향에 1년 전(78억원) 대비 6억원 감소했다. 부자 1인의 평균 부동산 자산 보유액은 2021년 말 45억원에서 지난해 말 39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금융자산 규모는 31억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부자 중 79%는 올해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84%였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는 시점과 관련해 부자의 37%는 ‘2025년 이후’로, 26%는 ‘2024년 하반기’, 24%는 ‘2024년 상반기’로 각각 전망했다. 다만 코스피의 경우 부동산 시장보다 이른 올해 하반기에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가 전체의 47%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예상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향후 투자 의향이 높은 자산 1순위로 부동산(32%)을 꼽았다. 이어 예금(22%), 주식(14%), 펀드·신탁(10%), 채권(10%) 등의 순이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연구소는 지난해 12월 2013명(부자 745명·대중부유층 818명·일반대중 4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고, 별도로 PB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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