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과태료' 최악 치닫는 勞政…'노란봉투법·최저임금' 폭탄 이슈 줄줄이
노란봉투법·최저임금 1만원 돌파 주목…與野 "총선 결과에 달려"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정부가 예고했던대로 회계자료 미제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 수순에 나서면서 노정(勞政)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사와 추가 과태료, 나아가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계 역시 '대정부투쟁' 기치를 내걸고 대대적 장외투쟁 일정표를 짜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노동개혁 동력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첨예한 대치 상황에 노란봉투법, 내년도 최저임금 등 갈등에 기름을 부을 난제가 잇따르고 있어 올 한해 내내 파열음이 예상된다.
◇한노총·미가맹노조 사실상 '백기'…"회계 불투명에 국민 비판" 고무된 고용부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점검대상 노조 334곳 중 시정기간 및 의견제출 기간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미제출 노조는 52곳에 달한다. 고용부는 지난 7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5개 노조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52개 미제출 노조 52곳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과태료 부과와 더불어 4월 셋째주부터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해 현장 행정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재차 과태료를 부과하고, 물리력으로 이를 저지할 경우엔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법을 지키지 않고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엄벌 기조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노조법 개정안 관련 국회 논의도 적극 지원하겠다"며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법개정 추진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노동계는 이정식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국제노동기구(ILO) 제소 방침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향후 과태료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 방침도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회계자료를 제출한 노조가 80%를 상회하면서 노동계의 단일대오가 깨진 점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주노총에서도 40%에 달하는 산하조직이 지도부와 엇박자를 냈고, 한국노총의 경우엔 지도부의 공식 거부방침 하달에도 90% 넘는 노조가 회계자료를 제출하며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고용부는 이에 "노동조합의 회계 불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비판 여론, 적극적인 행정지도 등으로 점검결과를 추가로 제출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노동계 한 관계자는 "조직 규모와 처한 상황에 따라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산별노조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향후 양대노조 지도부가 이를 추슬러 나가면서 약해진 구심점을 회복하는 등 후속 대응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최저임금 줄잇는 난제…여론향배·총선결과에 추진동력 좌우
노동계에서는 이번 고용부의 회계자료 제출을 둘러싼 이슈가 결국 노조에 프레임을 씌운 여론전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다만 그 대응책을 두고 강경매파에서는 명백한 노조자율권 침해로서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시각이 뚜렷하다.
반면 이미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 중인 상황에서 소소한 사안에서 꼬투리를 잡힐 경우 자칫 노동개혁 추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같은 해법차 때문에 회계자료 이슈에서 결과적으로 노동계가 분열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자료 제출을 둘러싼 이슈는 향후 현장실사 여부 등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결국 지리한 법정공방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노동계 전체적으로는 지엽적 사안이란 시각도 상당하다.
결국 핵심은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뒤 여론 반발로 수정안을 마련 중인 탄력근로제와 직무성과급 도입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 추진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회계자료 제출 여론전을 토대로 한 이른바 '노조 투명화법' 등에서도 뚜렷한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입법 추진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일방추진이 쉽지 않은데다, 주69시간 논란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정부여당도 현재의 낮은 국정지지율에서는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또한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2분기 중 본회의 의결이 예상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여론 향배는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본격 논의를 앞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도 큰 뇌관으로 꼽힌다. 국제 에너지가 급등에 따른 난방비, 전기요금 인상 논란과 고물가 상황이 켜켜이 쌓여 노사 간 입장차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실질임금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보는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 시급 9620원 보다 24.7% 증가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계는 경기둔화와 수출감소세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내세워 최저임금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동계측 요구안과 사용자측 요구안이 절충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느 선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인지에 따라 여론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이른바 노동개혁이라고 일컫는 현정부의 노동개악은 노골적인 친재벌적 편파 정책"이라며 "반드시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 한 관계자는 "작년 노조 강경대응 지지 여론을 못 이어가고 주69시간 공세에 말려든게 아쉽다"며 "노동개혁 성공 여부는 결국 국정 지지율과 총선 승리에 달려 있다"고 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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