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년 맞은 괴롭힘 금지법...'그림의 떡'
설문대상 10% '극단적 생각'...법 있어도 무용지물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금지하고자 마련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4년이 다 돼가지만, 현장은 법 시행 이전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법의 실효성을 위해선 기업 조직 문화 변화와 함께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엄중하고 즉각적인 처벌 등을 위한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 지난달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응답자는 전체 1천명 중 301명(30.1%)이었다.
괴롭힘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18.9%)이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16.9%), '폭행·폭언'(14.4%), '업무 외 강요'(11.9%), '따돌림·차별'(11.1%) 순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10명 중 5명 정도(48.5%)는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앞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달 전인 지난 2019년 6월 진행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 파악한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38.2%)보다 약 10% 높은 수준이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전체 301명 중 105명(34.8%)은 '진료나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괴롭힘을 경험했지만, 이들 중 85명(28.2%)은 '진료나 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체 301명 중 32명(10.6%)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10명 중 약 6명(59.1%)은 괴롭힘에 대해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71%)가 주된 이유였다. 반면, ‘신고했다’는 답은 8.3%에 그쳤다.
이와 별개로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접수된 신고 현황을 공개했다.
전체 1천913건 중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은 1천241건(64.9%)이었다. 이 중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경우는 481건이었는데, 이에 대해 사업장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건수는 절반을 훨씬 넘는 368건(76.5%)이었다.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도 212건(44.1%),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장이 '지체 없이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 누설 금지' 등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최대 50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은 위반 사항에 대해 14~25일의 시정 기한을 둔다. 또 '이 기간에 시정하지 않을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위반 사업장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가 아닌 이를 만회할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을 개정, 조사·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즉각적인 과태료 부과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엄벌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년이 지났지만, 직장인들에게 법은 무용지물"이라며 "현재 공공기관이나 일부 기업에서 진행되는 괴롭힘 예방교육은 매우 형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 현장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조직 문화가 먼저 변화돼야 한다"며 "또 법의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 원청, 경비노동자 등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신뢰수준 95%, 표준오차 ±3.1%p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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