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애플 VS 페북 광고 프라이버시 논쟁, 승자는? [사이다IT]
기사내용 요약
애플, ATT 정책 도입한 해에 광고사업 매출 전년비 3배 증가
각국서 메타 맞춤형 광고 규제…AI·숏폼·유료 구독으로 위기 타개 분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주요 수익모델을 바꾸고 새로운 살 길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이용자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향한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무심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다가 내가 검색했던 제품 광고가 뜬 적 있으실 겁니다. 구글, 메타 등 소셜미디어 운영 기업들이 가입자가 타 업체의 서비스에서 활동한 정보를 긁어와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애플의 주도로 다수 빅테크 기업들이 이런 메타의 맞춤형 광고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규제 당국도 맞춤형 광고를 문제 삼아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맞춤형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메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가장 먼저 메타의 맞춤형 광고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애플입니다. 지난 2021년 4월 애플은 '앱(애플리케이션)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합니다. 애플의 ATT 정책은 앱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앱 사용자가 개인정보 수집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던 '옵트아웃'(Opt-out) 방식에서 개인정보에 동의 표시를 한 사용자만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해당 알림이 뜨면 통상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를 우려해 선뜻 ‘허용’을 누르기 쉽지 않겠죠. 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SNS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조치였습니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는 "애플은 이용자들을 위해 이러한 정책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 정책은 경쟁업체들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페이스북과 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맞서기도 했죠.
실제로 애플의 ATT 정책이 메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역으로 애플 매출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플의 광고 사업 매출은 지난 2021년 37억달러(4조4115억원)로 전년(2020년) 보다 238% 증가했습니다. 2021년 4월 ATT 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됩니다.
같은기간 애플의 광고 사업 중 서치광고 부문은 전년 대비 264% 증가한 35억달러(4조1737억원) 매출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거둔 것이죠.
그리고 애플은 디지털 앱 광고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 광고 플랫폼인 앱슈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분기 애플의 앱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은 15%로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올랐다고 합니다.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서 본인들이 디지털 광고 사업을 확장하는 효과를 제대로 누린 것입니다.
반면 메타의 실적은 어땠을까요. 메타(전 페이스북)의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의 앱 정책으로 2022년 매출 손실액이 10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메타는 지난해 2분기 매출이 28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창사 이래 첫 매출 감소입니다. 이어 메타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21억7000만달러로 역성장을 이어갔습니다.
표면적으론 애플의 '메타 때리기'가 데이터 비즈니스와 프라이버시를 대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팀 쿡 애플 CEO는 2021년에 열린 보안콘퍼런스에서 “우리 삶의 모든 것이 합쳐지고 판매되는 걸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인다면 우린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행태를 꼬집었죠.
하지만 진짜 속내 애플이 자사 앱 생태계 내에서 광고 비즈니스를 독점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의 핵심은 사용자 맞춤형 광고이고, 이 시장의 강자는 페이스북과 구글입니다. ATT 정책 도입으로 두 기업이 모두 큰 타격을 입자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메타와 같은 SNS 대신 애플에 직접 광고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빅테크들도 메타 맞춤형 광고에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구글은 2022년부터 광고 정보수집 목적으로 이용자들의 웹사이트 방문기록을 추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이어 삼성전자도 작년 12월 '원 UI(One UI) 5' 최신 업데이트를 단행하면서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설정에서 'AD ID 삭제' 기능을 선택하면 원하지 않은 광고나 무관한 추천을 숨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국 메타는 동의를 하는 사용자에 한해 이용정보를 수집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했지만 이 마저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주요 국가의 규제 당국들이 많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글과 메타의 맞춤형 광고가 이용자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수집한 타사 행태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실이 적발됐다며 구글 629억원, 메타 308억원 등 약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런 개인정보위 조치는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무단 행태정보 수집·이용이 어려워지게 된 것입니다. 결국 메타와 구글은개인정보위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지난 2월 제기했습니다.
국내 뿐만이 아닙니다. 유럽연합(EU)은 맞춤형 광고를 아예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유럽 데이터보호이사회(EDPB)는 이용자에게 맞춤형 광고 제공을 위한 개인정보 사용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규제가 시행될 경우 메타는 개인정보 사용에 반대한 이용자들에게는 일반 광고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어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IDPC)는 메타가 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했다며 페이스북에 2억1000만 유로(2850억원), 인스타그램에 1억8000만 유로(한화 약 2450억원)의 벌금을 각각 부과하고 3개월 내로 EU 규정에 맞출 것을 지시했습니다. 메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항소할 계획입니다. 항소에서 IDPC의 결정이 인용되면 EU에 속한 국가에서는 소셜미디어들의 맞춤형 광고가 막힙니다.
이런 전방위 압박 속에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디지털 광고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입니다. 메타 뿐만 아니라 주요 SNS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메타의 신무기는 무엇일까요. 우선 '숏폼'이 꼽힙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세로 형태로 계속해서 볼 수 있는 '릴스'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숏폼 플랫폼 틱톡이 미국에서 전폭적인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숏츠' 처럼 인스타그램이 '릴스' 기능에 광고 수익 배분을 도입할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유료 인증 서비스 '메타 베리파이드'를 도입했는데요. 맞춤형 광고 위기를 타개할 수익모델로 '유료 구독' 서비스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용자가 제출하는 정부 발행 신분증을 확인해 실제 본인임을 인증하는 ‘파란 딱지(blue badge)’를 유료로 부여하는 것입니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 테스트 중이며, 18세 이상의 개인 이용자(비즈니스 계정 제외)만 사용 가능합니다. 월 비용(구독료)은 모바일 14.99달러, 웹버전은 11.99달러입니다.
또 메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AI)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저커버그와 최고제품책임자(CPO) 크리스 콕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류 보스워스 등 최고 경영진이 대부분의 시간을 AI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메타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연내에 상용화하겠는 계획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보즈워스 CTO는 메타의 주된 수익원인 광고 사업에서 광고주들이 AI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돼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메타버스에도 AI가 응용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에 대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AI 고도화로 광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AI와 메타버스와 융합된 고도화된 맞춤형 광고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닛케이는 메타가 연내에 자사의 SNS 플랫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와 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습니다.
이미 메타의 미국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지난해 미국 온라인 광고시장 매출에서 구글(28.8%)과 메타(19.6%)의 비중 합계가 48.4%를 기록, 2014년 이후 8년 만에 과반이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자사 플랫폼상의 구매·검색 이력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의 승리로 끝난 것 같았던 메타와 애플 두 빅테크 전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애플은 기기에 어떤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되는지 일방적으로 제어하는 유일한 회사"라며 "이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작심 비판한 바 있죠. 과연 메타가 맞춤형 광고 위기 극복에 성공해 애플과의 패권 전쟁에서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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