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과거 위기시 최저점 수준 하락…경기부진 지속"
기사내용 요약
KDI, 4월 경제동향…수출 큰폭 감소에 경기부진 지속
반도체, IT 버블 붕괴·금융위기 유사 수준으로 악화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방역조치 완화로 단체 관광활성화 등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됐지만 수출 악화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특히 반도체경기가 과거 위기 시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며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위축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에 이은 두 달 연속 경기 부진 진단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수가 조금 좋아진 것은 있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부진은 지속돼서 전체적으로는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다"며 "내수 부진이 완화됐지만 수출이 워낙 안좋다보니까 경기 자체는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3월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대부분 품목이 부진해 -13.6%를 기록해 전월(-7.5%) 대비 감소폭을 확대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64.2%)가 대폭 증가한 반면 반도체(-34.5%)는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그 외 품목도 대부분 부진한 모습이었다.
국가별로는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이 1월 -29.5%에서 2월 -31.1%, 3월 -36.2%로 확대됐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으로의 수출도 1월 -9.6%에서 2월과 3월 각각 -11.0%로 감소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2월 반도체 생산은 1월(-33.9%) 대비 감소폭을 확대한 -41.8%, 전자부품은 1월(-32.8%) 대비 확대한 -36.3%를 기록했다.
다만 자동차(10.7%→26.2%)와 기계장비(-8.4%→8.6%)가 크게 개선되면서 광공업생산(-13.0%→-8.1%)은 일부 개선됐다.
제조업은 평균가동률은 68.4%로 반도체경기 악화로 전월(70.8%) 대비 하락했다. 재고율(재고지수/출하지수) 역시 1월(120.8%)과 유사한 수준인 120.1%를 유지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KDI는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지속했다"며 "제조업은 높은 재고율과 낮은 가동률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은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KDI는 '최근 반도체 상황 평가'에서 최근 반도체경기가 과거 위기 시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경기는 작년 3월에 정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부터 빠르게 하락했다. 2월 반도체산업 관련 다수 지표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41.8% 감소하면서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동률지수(계절조정 기준)도 직전 정점 대비 49.1% 하락하면서 2001년 7월(-44.7%), 2008년 12월(-48.0%)과 유사한 모습이다.
재고율은 254.2%를 기록하며 2001년 7월(247.6%), 2008년 12월(204.6%)의 수준을 상회했다.
전체 수출액 중 18.9%(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경기 하락은 수출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 반도체수출은 전년동기대비 40.0%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액 감소(-12.6%)에 -7.9%포인트(p)만큼 기여했다.
2월 서비스업생산은 방역조치 완화로 인한 대면 활동 확대로 지난 1월(4.8%) 대비 확대한 7.2%를 기록했다.
관광객 유입 등 여행수요 증가로 숙박 및 음식점업(8.1%→22.5%), 운수 및 창고업(11.2%→20.6%),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1.0%→32.1%)을 중심으로 증가세 확대했다.
소비는 자동차 소매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해외 관광객의 유입으로 서비스업생산 증가폭도 확대되는 등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2월 소매판매는 내구재 및 준내구재가 증가했으나, 비내구재 감소폭이 확대되며 전월(-0.9%)과 유사한 -0.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구재(-1.8%→0.8%) 부진이 승용차(18.8%)를 중심으로 다소 완화됐다. 준내구재(-1.1%→3.1%)도 의복(12.8%) 등이 증가하며 전월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비내구재(-0.7%→-2.8%)는 음식료품(-3.8%), 화장품(-11.1%), 의약품(-11.3%) 등 주요 품목에서 부진하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으로는 5.3% 증가하며 소매판매의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0.2)보다 상승한 92.0을 기록했다.
경기 전망은 여행 수요 증가로 서비스업 회복에 대한 신호가 나타나면서 4월 비제조업 업황BSI(전망)는 75로 개선 추세를 지속하며 장기평균 수준(77)에 근접했다. BSI는 경기 동향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한 지표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로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며 4월 제조업 업황BSI(전망)는 67로 지난달(65)에 이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월 설비투자(-5.7%)는 제조업 경기 악화로 부진이 지속됐고 2월 건설기성(22.4%)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며 부진이 완화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딧 스위스(CS) 사태로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확산되며 국고채 금리(3년)와 환율이 하락하고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불안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장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된 가운데 회사채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세도 유지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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