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 20% 감산에도… 연내 회복 불투명
가격 하락 방어 위해 결정
경기침체에 고객사 재고 여전
저점 통과 시점 6개월 더 지연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규모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감산 선언으로 시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감산과 수요 회복은 별개여서 올 연말까지 메모리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 메모리 20% 이상 줄일 듯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감산 사실을 알렸다. 회사는 별도 설명 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쟁사와 달리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로 여기던 삼성이 돌아선 것은 수요 부진에 따른 메모리 재고가 심각할 정도로 쌓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메모리 재고는 20주(5개월)에 달한다. 반도체 제조사 재고뿐만 아니라 메모리를 구매한 고객사 보유 재고도 20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재고는 20주까지 치솟았다. 적정 수준보다 4~5배 많은 수준이지만 삼성은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해 라인 최적화 정도의 '기술적 감산'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1분기 내내 재고 조정, 즉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감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PC 일부를 제외하고 서버,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에서 재고 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메모리 가격이 원가(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생산원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감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은 계속 떨어져 하락 방어를 위해 감산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메모리 가격은 급락 중이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3월 1.81달러까지 떨어졌다. 낸드 고정가는 작년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93달러까지 하락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평균가는 2분기에도 10∼15% 하락할 전망이다. 체력으로 견디던 삼성도 원가 이하 하락은 막아야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기술적 감산과 이번 인위적 감산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총 20% 정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라인 재정비 등을 통한 기술적 감산으로 10%를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메모리 생산실적은 2022년 기준 1조9057억개(1Gb 환산 기준)였다. 20%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간다면 올해 생산량은 1조5000억개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내 반등 불투명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까지 마침내 감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사 감산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수요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고객사 보유 재고가 줄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혀 변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현장에서도 2분기 말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쌓인 재고에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당분간 시황 반등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 재고 수준을 고려할 때 저점 통과 시점이 최소 6개월은 더 지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연말 정도나 저점을 지나갈 것이란 예상으로 정상 수익을 거두는 완전 회복은 내년 3분기로 전망하는 중이다. 종합하면 반도체 한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고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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