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스마트폰에 너무 빠져 살아”…이곳에서 안정감 찾아주세요 [스물스물]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2023. 4. 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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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문래청소년센터의 변신
초록초록한 마음풀 플랜트 랩서
아로마 향 맡으면 피로가 싹~
발달장애청소년 맞춤형 수업도
시립문래청소년센터 마음풀 플랜트 랩(Plant Lab). [자료 = 서울시]
관악고 1학년 배정원 학생(17)은 친구들과 시립문래청소년센터를 종종 찾는다.

센터 정문에서 수영장으로 이동하는 복도 공간에 생긴 작고 예쁜 ‘숲카페’에 가기 위해서다.

배 양에게 시립문래청소년센터 마음풀 플랜트 랩(Plant Lab)은 친구들과 소곤소곤 수다를 떨고 책도 읽는 사랑방이다.

잠시나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새소리와 풀과 나무 속에서 안정감을 찾곤 한다.

배 양은 “코로나 때문에 전자기기로 수업을 듣다 보니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며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붙잡고 살다 보니 주말에는 10시간 이상 핸드폰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배 양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했다. 혹시 친구들과 채팅방 대화에서 소외될까봐 걱정이 들어서다.

배 양은 “마음풀 플랜트 랩에서 아로마 향을 맡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초록초록한 풀을 보면 눈의 피로가 풀리고 새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서 학업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관악고 1학년 배정원 학생이 마음풀 플랜트 랩 소곤소곤 숲 앞에 앉아서 이 곳을 자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권오균기자>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상이 심상찮다.

배 양처럼 청소년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대인관계, 건강,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23.6%로 전년 대비 0.6%P 감소했으나, 청소년은 전년 대비 3.1%P 증가한 40.1%로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각해졌다.

배 양이 자주 찾는 시립문래청소년센터의 마음풀 플랜트 랩은 원래 활용도가 낮은 방치된 공간이었다.

로비 한쪽을 교실로 꾸며놨었지만, 외부에 공개된 공간이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졌다.

마음풀 플랜트 랩으로 변신하면서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자연을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학생들에게 식물과 함께 다양하게 느끼며 자연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마음풀 플랜트 랩을 설계한 라이브스케이프의 최지은 팀장은 “정서 발달이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과도하게 노출돼 뇌 발달이 제한되고 감각의 불균형을 초래함으로써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정서발달 저하 등의 문제를 해소하려고 플랜트 랩이란 공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오감을 자극하고 식물과 접촉을 끌어내는 요소를 접목한 콘텐츠로 정서적 안정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공간을 구성하며 바이오 필리아 효과(Biophilia-Effect)를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바이오 필리아 효과란 인간의 본성이 생명(Bio)을 사랑(Philia)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자연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긍정의 효과로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마음풀 플랜트 랩 입구에서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리플레이 팔레트’가 있다.

다양한 폐자원을 모으는 ‘리플레이 우체통’은 리사이클 작품 제작에 활용된다.

사뿐사뿐 숲. [자료 = 서울시]
‘사뿐사뿐 숲’은 숲길을 걸으며 자연현상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컨트롤러를 통해 비와 안개, 소리를 연출할 수 있으며 숲의 한 면인 거울로 조성된 속닥속닥 거울은 숲을 확장되어 보이게 한다.

마음껏 낙서하고 지우며 청소년들이 자아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기도 하다.

한쪽벽면에는 텃밭에서 키우고 수확한 씨앗을 전시·저장하는 씨앗라이브러리 ‘씨앗톡톡’과 활동사진을 전시하고 빔프로젝터 스크린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마음알림 게시판’이 구성돼 있다.

‘토독토독 방앗간’은 외부에서 마음풀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모션센서에 의해 물방울이 떨어지며 물레방아가 계속 돌아가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준다.

오의택 문래청소년센터 청소년지도사(왼쪽 첫번째)가 발달장애청소년을 지도하고 있다. <권오균기자>
마음풀 플랜트 랩에서는 발달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김기명 문래청소년센터 특화사업팀장은 “센터에서는 영등포청소년쉼터, 인터넷중독예방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발달장애 청소년의 자립성과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의 일환으로 ‘마음풀’ 조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일상 공간인 학교부터 마음풀을 조성했다.

2018년도 전일중을 시작으로, 2019년 정의여고, 동일여고에 만들며 확대해 나가다가 코로나 기간 잠시 숨을 골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연을 매개로 감각을 고르게 자극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고 교우관계가 개선되는 등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 마음풀 플레이 그라운드. [자료 = 서울시]
서울시는 올해 마음풀 조성사업으로 영등포구 시립문래청소년센터 플랜트 랩과 동작구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에 플레이 그라운드를 완공했다.

시립보라매청소년센터도 이용자는 많지 않아 방치되고 있었던 공간을 마음풀 플레이 그라운드(Play Ground)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인터넷중독상담센터과 연계하여 식물과 함께 놀며 대화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한편 서울시는 시립보라매·문래청소년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간에 대한 반응 및 효과성을 평가해 향후 마음풀 등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 확산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이번 마음풀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연을 매개로 한 다감각 경험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활용과 확산이 용이한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을 개발해 많은 학교 및 기관에서 적용 및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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