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野 간사 김영배 “비례대표 확대 필수”[티키타카]
허동준기자 2023. 4. 9. 11:05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하루 앞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반발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의원수 300명을 유지하더라도 비례대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여야 의원 140여 명이 참여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야당 간사이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을 맡고 있다. 전원위는 2004년 ‘국군 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을 논의한 후 19년 만으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전원위에서 의원 수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선 “정치 개악이나 다름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의원정수를 오히려 축소하겠다고 시사했다. 전원위 출발 전부터 삐거덕거리는 게 아닌지.
“전원위를 앞두고 정치 개악이나 다름없는 여당 대표의 주장에 유감을 표한다. 의원 정수를 줄여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제시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말은 대안은 없이 앞에서는 민심을 말하며 국민의 정치혐오를 조장하고, 뒤로는 진입장벽을 높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구태 정치의 행태로 보인다.”
―민주당은 반대로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었는데.
“국민의힘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결국 의원 숫자는 유지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의원 수를 늘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비례성과 대표성을 갖춘 인재가 많아져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의원 수 확대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
―10일부터 전원위가 열리지만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에서 처음으로 전원위까지 열릴 것으로 예측한 사람들도 없지 않나. 140여 명의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을 가져온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진행되는 전원위는 그만큼 모두가 현재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충분히 의원님들의 지혜를 모아 국민께 결과물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지?
“선거구제 개편은 시대적 요구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루어진 대통령 직선제와 선거제 개편은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 이제는 ‘1인당 3만 달러 시대’인 만큼 낡은 선거제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국가 발전, 정치 생존의 문제라고 본다. 승자독식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대량 사표로 인한 대표성 부재, 지역 갈등, 정치 양극화 등으로 인해 국민은 더 이상 국회에 문제 해결의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플레이어’들이 직접 룰을 짠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회가 당리당략이 아닌 공적 자부심을 발휘해 대승적인 결정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소기의 성과를 위해 ‘이것만이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라는 목표가 있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되지 않더라도) 비례대표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전제로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전환해야 소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협치 체제로 정치구조를 개편할 수 있다. 0.7%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대통령의 폭주에서 보듯 승자독식에 기반한 현행 제도는 정치투기꾼을 양산하고, 국론 분열만 조장하고 있지 않나. 지난 총선에서 국민 공분을 일으킨 위성정당 출몰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번 전원위의 엄중한 책무다.
―국민의힘은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 민주당에는 따로 유리한 안이 있나?
“과거 정치권이 각자의 셈법을 따져 제도 설계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정치가 이 모양이다. 당보다는 오히려 지역에 따라, 특히 지방과 수도권은 그 이해관계가 확연히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연동형 비례제는 경북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될 수 있는 만큼 영·호남 현역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할 수는 있다. 반대로 중대선거구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당선에 유리할 수 있어 지역 정치인들이 반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의원 모두가 작은 이해를 극복하고 대승적 결단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특히 포항에서 25년간 7번 낙선하면서도 지역에 봉사해온 허대만(전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정신을 앞장서 받들어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를 위한 최선이라고 보나.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3석, 미래통합당이 84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253석 중 98%에 달하는 247석을 양당이 독식한 셈이다. 현재 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중심의 현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독점과 정치 양극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병립형으로 할지 연동형으로 할지의 문제를 떠나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지역구도 완화와 비례성 강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정치권이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선거제도 개혁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정치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할 것이 명확한데 그대로 두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직무 유기다. 정치권이 국민께 솔직한 반성과 함께 이성적 토론을 통해 개혁 의지를 보이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이번 전원위를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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