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29초, 3점슛 3개면 충분, 에이스란 이런 것이다 [KBL PO]
시리즈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 15분 29초, 그리고 3점슛 3개였다.
고양 캐롯은 지난 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7-80으로 승리, 2승 2패로 결국 이번 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지난 3차전 승리로 시리즈 흐름은 현대모비스에 넘어갔다. 울산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 자멸한 게이지 프림이 중심을 잡았고 서명진의 뒷심, 여기에 조커 역할을 충실히 해낸 장재석, 김태완의 활약은 무게감이 달랐다.
전성현은 4차전에서 15분 29초 출전했다. 많은 시간이 아니다. 3점슛 시도도 4개에 불과했다. 슈팅 시도를 떠나 움직임 자체가 예전과는 달랐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슈팅 공간을 만들었던 그는 없었다. 대신 존재 자체만으로 현대모비스에 큰 위협을 줬다.
현대모비스는 전성현 없는 캐롯을 상대로 정말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수비 전술을 활용했다. 이정현에게 줄 점수는 주면서도 디드릭 로슨을 철저히 막았다.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 것이다. 그 효과는 분명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얻은 3차전 승리는 꽤 달콤했다.
다만 4차전에서 보여준 현대모비스의 수비가 3차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전성현의 출전 가능성이 1%라도 생긴 순간 대비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날 현대모비스가 보여준 수비 전술은 특별하지 않았다. 전성현의 3점슛이 가져오는 효과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캐롯은 극단적으로 3점 게임을 펼치는 팀이다. 전력 구성의 한계로 결국 슈팅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의 차이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 정규리그 내내 3점 게임의 중심에서 균형을 맞춘 건 이정현도 로슨도 아닌 전성현이었다.
전성현의 3점슛 3개가 들어간 장면을 돌아보자. 첫 번째 3점슛은 로슨의 핸드 오프 이후 전성현이 볼을 받아 곧바로 슈팅을 시도, 성공했다. 저스틴 녹스의 수비 커버가 늦었다. 두 번째 3점슛은 최현민의 플레어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전성현이 놓치지 않고 활용,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에는 최진수가 늦었다.
두 장면만 보더라도 현대모비스가 전성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두 번째 3점슛 상황은 이미 캐롯과 전성현이 정규리그에서도 즐겨 사용한 것. 절대 저질러선 안 되는 치명적인 수비 실책이었다. 3차전에서 김승기 감독을 괴롭힌 조동현 감독의 모습은 4차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 3개의 3점슛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모든 스포츠에 흐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농구만큼 금방 흐름이 바뀌는 스포츠는 없다. 캐롯은 전성현의 3점슛을 기반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그동안 터지지 않았던 이정현, 로슨 외 다른 선수들의 3점슛이 림을 가르기 시작했다. 끝내 14개의 3점슛을 성공, 현대모비스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에이스란 이런 것이다. 많은 시간, 많은 스탯을 쌓아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에도 경기 흐름을 바꿔버리는 선수가 있다. 모두 에이스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전성현이 그동안 전자였다면 이번에는 후자였다.
이로써 이번 시리즈는 최종전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제대로 된 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캐롯이 모든 이점을 안고 있는 현대모비스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만약 그들이 승리, 4강에 오른다면 KBL 역사상 최고의 업셋 시리즈가 될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안방에서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시리즈가 됐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캐롯과 현대모비스의 최종전 포인트는 바로 전성현이다. 막느냐, 뚫느냐의 싸움이다. 이제는 한 끗 승부가 됐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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