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많은데” vs “주주니까”…교촌 회장님 배당금 얼마길래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4.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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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순이익 맞먹는 통 큰 배당금
대주주 1명인데 ‘배당성향’ 확대
교촌에프앤비 “가맹점주도 주주”
교촌치킨 창업주인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사진 제공 = 교촌에프앤비]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올해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으로 약 50억원을 책정했다. 최대주주인 권원강 회장은 34억원 상당을 받게 됐는데 기업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과한 몫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49억9650여만원을 배당금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약 5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8.5% 감소했음에도 사실상 모든 실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린 것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 주주들이 믿고 버텨줬는데 그걸 회사가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건 상장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점은 교촌에프앤비의 최대 주주가 바로 권 회장이라는 점이다.

교촌에프앤비가 지난 1월 신고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살펴보면 권 회장은 회사 지분의 69.2%를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가 책정한 배당금 중 약 34억6000만원이 사주(社主) 몫이라는 의미다.

식품업계와 증권가는 권 회장이 상당한 액수의 배당금을 받아 간 전례가 여러 차례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만큼 큰 배당금을 받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없지만, 일반 주주들이 이해하기에는 이전부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한 뒤 5년여간 권 회장이 받아 간 배당금은 당시 교촌에프앤비가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교촌에프앤비의 누적 순이익은 총 48억원이었는데 이 기간 권 회장 몫의 배당금은 무려 145억원에 달했다. 회사가 번 돈보다 권 회장이 받은 배당금이 202%나 더 많았던 것.

교촌에프앤비 로고. [사진 제공 = 교촌에프앤비]
최근 들어서는 2020년(사업연도 기준) 약 37억원, 2021년 약 52억원, 2022년 약 5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기 교촌에프앤비의 배당성향도 2019년 6.8%, 2020년 21.0%, 2021년 25.1%, 2022년 93.7% 순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주주가 1명일 때 배당성향이 확대되는 건 ‘몰아주기’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교촌에프앤비의 부채비율이 2021년 41.7%에서 지난해 70.2%로 28.5%포인트 격상된 점도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교촌에프앤비는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배당성향이 확대된 건 지난해 실적이 부진해 배당금 자체가 줄어든 탓이라는 것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권 회장은 과거 사재 100억원을 털어 가맹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며 “(권 회장뿐 아니라) 가맹점주들도 교촌에프앤비 주주”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권 회장은 지난 2021년 가맹점 운영 기간에 따라 점주들에게 최소 200여주에서 최대 600여주의 주식을 증여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배당금이 주당 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주들이 유의미한 배당금을 받지는 못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교촌에프앤비는 올 한해 “세계적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와 식품 유통시장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교촌에프앤비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344억원, 영업이익이 66억원, 당기순이익이 51억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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