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명소 '수성못' 관할권 다툼... 입법·사법·행정 '전방위 확산'
농어촌공사는 지방세·국세 수십억 납부 부담
정치권 "주민편의 중요" 무상양여 법안 발의
대구 수성못 관할권 다툼이 법정소송과 행정조치에 이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시와 관할 수성구는 "수성못이 농업기반시설 기능을 못하고 도심 시민공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이나 관리권을 지자체가 갖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임대나 매각은 가능하지만 무상양여는 법에도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소송전 유리하지만 세금폭탄에 울상
법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 제2민사부(부장 곽병수)는 지난 6일 한국농어촌공사가 대구시와 수성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대구시가 1심의 부당이득금 11억3,000여만 원과 별도로 7억3,900여만 원을 추가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농어촌공사는 2018년 9월 수성못 토지무단사용에 대한 부당이득금을 내라며 대구시와 수성구를 상대로 각각 20억2,000여만 원과 1억2,000여만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구시 등은 "이들 토지의 경우 공람절차를 거쳐 도로에 편입할 당시 농어촌공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배타적 사용수익금을 포기한 만큼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대구시가 수성못과 인근 도로 등 시설매입을 요구하는 농어촌공사의 공문을 받은 후 예산확보 노력을 하겠다고 답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소송은 농어촌공사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분 등을 고려하면 전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농어촌공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수성구가 2018년부터 5년 동안의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등을 부과했고, 농어촌공사는 1월 30일 8억6,900만 원의 지방세를 납부했다. 다음 달에는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 53억6,700여만 원도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지방세 3억5,000여만 원과 국세 23억 원 등 26억5,000여만 원도 매년 내야할 처지라, 농어촌공사는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화해 조정을 통해 지자체의 수성못 사용권만 인정해줬으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라고 말했다.
수성못을 관할하는 농어촌공사 대구달성지사 관계자는 "전국 3,600여 저수지를 관리하는 공사가 시설부지 임대나 매각을 통해 농업기반시설을 유지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무상양여하자는 얘기는 초법적 발상"이라며 "세금을 납부하더라도 수성못을 양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성못의 관할권을 지키지 못하고 무상양여할 경우 시설보수비용 수익원이 줄어들어 결국 농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인선 의원, 저수지 무상양여법 개정안 발의
정치권은 주민들 편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성못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인선(수성구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농업용수 공급 등 농업생산기반시설 기능을 상실한 저수지를 지자체에 무상양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에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수성못은 대구시민의 소중한 관광명소이자 공공재로 다른 지역의 농업기반시설들과 성격이 다르다"며 "수성못이 세계적 명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법안을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도 "이미 기능을 상실한 저수지라면 농어촌공사 스스로 용도폐기하고 관할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 행정"이라며 "농어촌공사가 소유권 주장으로 일관하고 시민 뜻을 외면하는 것은 조직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수성구의회도 지난달 14일 수성못 소유권 반환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결의문 채택과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수성구는 수성못에 1,700석 규모의 월드클래스 수상공연장을 건립하고, 수성못과 들안길 먹자골목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어촌공사와의 다툼으로 사업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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