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악재 겹친 집권 여당…정국 반전 묘수는

김선호 2023. 4. 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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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당혹감에 휩싸였습니다.

겹겹이 얽힌 민생 현안의 실타래와 함께,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비상이 걸렸는데요.

총선을 1년 앞두고 반등 모색이 시급해졌습니다.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정국의 명운을 가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이제 1년이 남았습니다.

민생 이슈 선점과 원색적인 프레임 대결 등 기선(機先)을 잡기 위한 여야의 전초전도 달아오르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전열을 정비한 집권여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야권에 쏠렸던 정가의 시선은 최근 여권으로 옮겨갔는데, 어떤 사정인지 들여다보겠습니다.

강제징용 해법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일 외교 공방.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임명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와, '주 최대 69시간제' 논란이 불거진 근로시간제 개편안.

모두 '본의'(本義)는 알려진 바와 다르다지만 여론은 냉담한 가운데, 여권은 최근 저조한 지지율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고심 속에 택한 해법은 정면돌파.

대일 외교 논란은 야권의 거짓 선동으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고,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일본 언론에 근거한 민주당의 거짓 선동이 계속되고 있어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거짓 선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광우병 괴담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청년층의 반발이 큰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MZ세대 노동조합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일단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정순신 사태와 관련해선, 학교폭력 기록의 보존기간을 늘리고 대입 정시에도 반영하는 안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박대출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현재 대입 전형과 관련해서 수시에 반영하고 있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정시까지 확대 반영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이런 가운데 생각지 않은 악재가 겹쳤습니다.

집권여당 지도부의 설화입니다.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최다 득표로 선출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우파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최근 '4·3 추념일은 격이 낮다'는 주장으로 또 한 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잇단 실언에 따른 당 안팎의 비판 속에, 김 최고위원은 자숙의 의미로 당분간 공개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양곡관리법 대치와 맞물려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던 중,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조 최고위원은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안 먹는 여성들이 많다"며 대안 중 하나로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거론했는데, 국민 정서와 괴리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조수진 / 국민의힘 최고위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것이 정쟁화 되는 것에 대해선 좀 유감입니다만 저부터 어떤 논란도 빚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최근 산불 진화 과정에서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부적절한 처신까지 입길에 오른 상황.

결국 김기현 대표는 취임 한 달 만에 첫 공식 사과에 나섰습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불미스러운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김 대표는 당이 비상 상황임을 강조하며, "총선 승리에 장애 요인이 된다면 누구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 경고한 상태입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일각의 '가벼운 입'은 수시로 논란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유난히 국민의힘의 한숨이 깊은 까닭은, 여소야대 정국을 반전시킬 유일한 방책인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후 '궤멸' 위기까지 내몰렸던 보수 진영은 세 규합을 통해 재건을 노렸는데, 그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전면에 등판했습니다.

연이은 강성 발언과 단식·삭발 등 전면적인 장외 투쟁.

궤멸 위기는 막았다지만 폭넓은 민심을 담아내지 못한 탓에, 보수 진영은 2020년 4·15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황교안 / 전 미래통합당 대표> "우리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현 지도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청년층, 서진(西進) 정책 등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4·5 재보선 성적표는 여권의 위기감을 심화시켰습니다.

국민의힘은 광역의원 2곳, 기초의원 2곳에서 승리했지만 사실상 뼈 아픈 패배를 마주했습니다.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열린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의 저조한 득표율로 5위에 그쳤습니다.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고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지만, 표심에 가닿진 못했습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라북도의 발전에 대한 마음도 함께 담아서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약속도 담겨 있다는…"

특히 여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울산 재보선 결과는 더욱 쓰라립니다.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재보선에 대해 "복합 위기를 맞은 집권 2년차 민심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망망대해처럼 넓고 깊은 민심의 바다에서 명확한 해도(海圖)를 그리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무엇이 괴로운지, 거듭 묻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이 지점에서,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 받는 피터 드러커의 명언 중 곱씹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질문이 없다면 통찰도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악재를 뚫고 나갈 묘수는, 어쩌면 '묻고 듣는' 정치의 기본기를 강화하는 일에 답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국민의힘 #국회 #김기현 #김재원 #조수진

PD 김선호 AD 허지수 그래픽 이예빈 김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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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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