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원인 없애는 '분자접착' 신약 3조 딜 성사… 대웅제약 투자 조명

이창섭 기자 2023. 4. 9. 0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SD, 분자 접착 분해제 플랫폼 3조3000억원 도입
질병 원인 단백질 분해… 근본적 치료 가능한 신약 개발
대웅제약,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하며 관련 기술 확보

질병 원인 단백질을 없애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3조3000억원 계약이 체결됐다. 다국적 제약사 MSD가 오스트리아 소재 생명공학기업 프록시젠(Proxygen)의 '분자 접착 분해제' 플랫폼 기술을 도입했다. 분자 접착과 같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글로벌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지난해 대웅제약이 분자 접착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 핀테라퓨틱스와 맺은 공동 연구·개발 협약이 재조명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MSD는 지난 5일(현지 시각) 프록시젠과 25억5000만달러(약 3조3600억원) 라이선스인(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MSD가 프록시젠의 분자 접착 분해제(molecular glue degraders)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프록시젠은 신약 상업화 이후 매출 대비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TPD)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프록시젠은 2020년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6월에는 독일 제약사 머크와도 5억5400만달러(약 7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TPD는 원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저해(억제)'하는 것에 그치는 기존 치료제와는 원리가 다르다. 질병의 원인 단백질을 없애기 때문에 근본적 치료가 가능할뿐더러 약물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자 접착 분해제는 TPD 신약의 한 종류이다. 나머지 다른 하나의 종류인 프로탁(PROTAC)과는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지만 세부 특성은 다르다. 프로탁은 2가(bivalent) 구조의 화합물이지만 분자 접착제는 1가(monovalent) 형태이다. 1가 구조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약물의 적합성(drug ability)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신약 개발 분야는 항암제다. 분자 접착제는 이름 그대로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과 E3 리가아제(Ligase)로 불리는 효소를 서로 부착한다. 이때 E3 리가아제가 암 유발 단백질에 유비퀴틴(Ubiquitin)이라는 물질을 표식처럼 붙인다. '이건 나쁜 단백질'이라는 표식을 붙여두는 것인데 단백질 분해 기능이 있는 프로테아솜(proteasome)이 이걸 보고 해당 단백질을 분쇄기에 넣듯 분해해 버린다.

대웅제약은 국내 바이오벤처와 협업해 분자 접착 기술을 획득했다. 지난해 2월 대웅제약은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 기술을 갖춘 핀테라퓨틱스와 신약 개발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핀테라퓨틱스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대웅제약은 초기 단계의 평가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발굴된 신약 후보물질에 양사가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핀테라퓨틱스는 2017년 설립된 기업으로 분자 접착 분해 플랫폼인 'PinGLUE' 기술을 보유했다. 분자 접착제는 프로탁보다 약물 적합성이 더 좋지만 원하는 표적 단백질 선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PinGLUE는 분자 접착제로 분해되는 표적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확인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면서 "단백질 분해 기술 기반 신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이를 통한 신약 발굴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핀테라퓨닉스에 약 10억원을 출자하고 지분 1.25%를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밝혀진 질병 유발 단백질 종류가 4000여개지만, 약물로 타깃하는 단백질은 600~700개에 불과하다"며 "분자 접착 기술은 기존의 타깃하지 못했던 단백질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바이오의약품 대비 가격도 낮아 경제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