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주년 맞았지만…퍼시스, 대리점주 관련 논란에 실적 개선 부진 등으로 골머리
일부 대리점주들은 신규 계약서 체결을 원활히 하기 위해 회사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을 내세우며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시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유통망상생협의회 측은 본사를 상대로 위탁판매 정책 변경 관련, 대리점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달라고 촉구하는 공문도 보냈다.
퍼시스 측은 "신규 계약 체결 건의 경우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상관이 없다"며 하루 만에 정정 공지를 올리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대리점주들의 시선은 여전히 날이 서 있는 상황이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음에도 불구,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적자 개선이 좀처럼 이어지지 못하는 퍼시스의 상황 가운데 대리점 간 갈등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50주년을 향해 가자"던 이종태 회장의 외침과 안정적 회사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리점주 연합-본사 간 갈등 골 깊어져
최근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는 자사 대리점주들에게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게 돼 부득이하게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 연장 계약 조항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이달 12일까지 신규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달 30일 퍼시스 측 첫 공지문에 따르면 "2021년 10월 퍼시스는 공정위의 대리점 계약법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일부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면서 "신규 계약은 대리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 이행을 위해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을 완료해주길 바란다"고 알린 바 있다.
퍼시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퍼시스유통상생협의체는 신규계약서가 대리점들 입장에서 매우 불리한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규 계약서를 통해 퍼시스 측이 기존 계약서에 있던 '대리점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퍼시스에 계약 갱신을 요청할 수 있고 퍼시스는 대리점에게 중대한 계약 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제 17조 계약해지'와 관련해서는 계약해지를 위한 서면 통지 필요 횟수를 2번에서 1번으로 변경했으며 계약 위반 해당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무엇보다 퍼시스가 언급한 공정위의 시정명령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퍼시스를 상대로 대리점법 관련 조사를 하긴 했지만, 시정명령을 내릴 경우 진행되는 절차인 전원회의나 소회의 등의 개최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산시스템에서조차 퍼시스와 관련한 의결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퍼시스유통상생협의체는 퍼시스가 신규 계약서 체결을 위해 공정위의 지위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퍼시스는 유통상생협의체 측 주장에 대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며 별도의 입장을 전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중요공지-2023년 유통망 계약 체결 관련 정전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리고 사태 해명에 나섰다.
퍼시스는 정정된 공지문을 통해 "대리점 판매 계약갱신과 관련해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으로 업무에 혼선을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일부 기타 조항(자동경신조항삭제 등)의 변경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다시 한번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베트남 법인 적자에 고배당 의혹까지…어려워진 시장 상황 속 논란 진화는 언제쯤?
지난 3월 창립 40주년을 맞은 퍼시스를 이끄는 이종태 퍼시스그룹 회장은 서울 오금동 그룹 본사에서 기념식을 진행하고 해당 자리에서 "50주년을 향해 가자"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퍼시스 앞에 당면한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해외 시장의 더딘 성장세가 꼽힌다. 2019년 해외 수출 기지로 삼았던 베트남 법인은 코로나 직격탄으로 공장 생산이 멈췄고, 적자 폭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른 퍼시스의 지난해 베트남 법인(FURSYS VN) 순손실은 41억 1916만원으로 전년 대비(25억8547억원) 37.23% 증가했다. 지난 2019년 3억원 대에 불과했던 손실은 코로나 19 이후 사무용 가구 수요가 줄어들면서 3년 새 적자폭이 급격히 불어났다.
적자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구업계에서 예외적인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너 배불리기란 날선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와 관련, 퍼시스 측은 "베트남 법인의 경우 2022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운영 안정화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고배당 정책과 관련해선 "주주 가치를 최우선에 둔 배당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답변만을 전해왔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량 급감,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시장 상황 악화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려운 만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대내외적 이슈 진화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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